중국 주교 2명이 오는 3일 바티칸 교황청이 주최하는 세계주교회의에 56년만에 참석한다. 최근 교황청과 중국 간 주교 승인 관련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양측의 수교로까지 진전될지 주목된다.
홍콩 명보는 1일 이탈리아 매체 바티칸 인사이더를 인용해 2명의 중국 주교가 1962년 제2차 바티칸 대공회의 이후 처음으로 교황청 주최 세계주교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청년 문제를 주제로 한 이번 세계주교회의에 참석하는 중국 주교는 중국이 자체 임명한 궈진차이(郭金才) 청더(承德)교구 주교와 양샤오팅(楊曉亭) 시안(西安)교구 주교이다. 궈 주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천주교주교단 비서장을 지냈고, 양 주교는 산시(陝西)인민대표대회 상임위 종교분야 부주임을 맡고 있다.
교황청도 이날 바티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은 “교황의 추천으로 중국 주교 2명이 이번 세계주교대의원회에 자리를 함께 한다”며 “그들은 이미 로마로 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디세리 추기경은 “과거에도 교황청은 중국 주교들을 초청한 적이 있으나, 그들은 회의에 오지 않았다”며 “중국 정부가 자국 주교들의 교황청 주교 시노드 참석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주교 임명과 관련한 양국의 합의가 나온 직후 성사된 중국 주교들의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 개선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과 바티칸 교황청은 최근 주교 임명 문제 합의에 이어 이번 중국 주교의 세계주교회의 참석을 계기로 관계 정상화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중국은 1951년 교황청이 대만을 공식정부로 인정하자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이후 중국 내 주교 임명 전에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자 2015년부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시로 관계 회복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양측은 지난달 22일 교황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명된 중국 주교 7명을 승인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바티칸 인사이더는 중국 주교 2명의 세계주교회의 참석에 대해 “교황청과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주교 임명 문제에 합의한 뒤 이뤄낸 첫 성과”라며 “중국 교회의 정상화를 위한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실제 중국 주교 임명 문제에 대한 양측 간 합의 후 바티칸과 중국 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교황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 가톨릭은 교황청 인가를 받은 지하교회와 중국 관영 천주교애국회로 양분돼 있으며 신자 수는 각각 1,050만명, 73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은 최근 지하교회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으며, 교황청은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 지하교회 신도 보호와 교세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 교황청 간 관계 복원은 그러나 대만 문제와 맞물려 외교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대만은 양측의 수교에 반대하지 않는 대신 바티칸과의 수교 유지를 바라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운 중국이 이를 수용할 리 만무하다. 대만은 자칫 유럽 내 유일한 수교국인 바티칸을 잃을 경우 중남미 가톨릭 국가들과의 관계도 흔들릴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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