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밀접한 필수의료의 지역별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정부가 이를 지원할 공공의료인력을 직접 육성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오는 2022년 4년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개교해 의료취약지에서 최소 10년간 근무할 의사를 배출하고,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를 부활시켜 의대생들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근무할 의료인력이 부족해 고안한 대책이지만, 의대 정원 확대 등은 손을 대지 않으면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1일 발표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응급ㆍ외상ㆍ감염ㆍ분만 등 필수의료 서비스는 각 지역에서 소화하는 게 골자다.
먼저 국립대병원을 각 광역 시ㆍ도의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해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를 총괄하도록 한다. 지역별 인구수ㆍ의료이용률 등을 고려해 전국을 70개로 나눈 후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이나 민간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응급ㆍ외상ㆍ감염ㆍ분만 등 필수의료 서비스를 담당하는데, 마땅한 민간병원이 없으면 공공병원을 추가 건립한다. 이렇게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들의 경영 개선을 위해 ‘의료취약지 건강보험 수가 가산체계’도 처음 도입한다. 가령 농어촌지역에서 의료기관이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진료 인프라를 갖추면,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줘 적자를 보전해주는 식이다.
이를 담당할 공공의료 인력도 정부가 직접 양성한다. 의대 졸업자가 수도권에 몰려 지역 의료인력이 갈수록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 2022년 3월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해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대체할 49명을 선발한다. 학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이 교육병원으로서 공공의료에 특화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졸업자는 최소 10년간 지방의료원에서 근무하거나 역학조사관 업무 등을 맡아야 한다. 만약 의무복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지원금액 환수 및 면허 취소 등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와 역학조사관 등 필수 인력 구인난을 해결하려면 공공의대 추가 개설 등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책엔 담기지 않았다. 의료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공공의대가 문을 열기까지 부족한 의료인력은 ‘공중보건장학제도’를 부활시켜 충원할 계획이다. 지역의료에 관심 있는 의대 학생 20명을 선발해 연간 1,200만원의 장학금과 생활비(월 70만원)를 지원하고, 이들을 의료취약지에서 최소 2년 이상 일하게 하는 제도다. 다만 이 제도는 1977년부터 1996년까지 20년간 의사ㆍ치과의사ㆍ간호사 1,519명이 지원하는 데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돼 폐지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의대 정원 확대는 사회적 고민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설립될 공공의료대학원 교육과정을 필수의료 중심으로 만들어 의료인력이 부족한 부분부터 채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