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금융당국이 보험상품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자율감리제’를 연내 도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관 해석문제로 즉시연금이나 암 보험 등에서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격화하는 등 현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각 보험사 준법감시인들을 한 데 모아 ‘자율감리 대상 협의과제’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 준법감시인은 보험상품과 보험사 경영활동이 보험업법을 비롯해 현행법과 내부통제기준 등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와 당국이 도입 논의에 들어간 자율감리제란 보험사가 상품개발단계에서 내부통제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일컫는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보험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자율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상반기 금감원은 자율감리제 연내 도입을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밝힌 바 있다.
현재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면 판매에 앞서 일부 항목의 경우 금감원에 사전 신고를 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보장하거나 정부가 정책성으로 보험료를 지원하는 보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외에는 신고 없이 보험사들이 자유롭게 판매하고 있다. 2015년 보험상품 자율화에 따라 신고 의무가 있는 상품이 대폭 축소됐다.
문제는 상품 판매가 자율화하면서 출시 때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는 상품이 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약관에 문제가 있거나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의 상품까지 여과 없이 팔리면서 분쟁 가능성은 더 커졌다. 자율감리제는 이런 문제점을 보험사 스스로 일정 기준에 따라 사전에 해결함으로써 갈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소비자보호에는 엄격한 윤석헌 금감원장 체제의 금감원 철학과도 맥이 닿아 있다.
보험사들은 민원이 집중되는 사안을 우선 다룰 방침이다. △소비자에 불합리한 약관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상품명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용어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보험사는 자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제도화를 통해 자정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자율감리제 시행 후 자율감리 기준에 위반하는 보험 상품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변경 권고를 하는 등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율감리제는 보험사의 자율성에 확대에 따른 대가로서 책임 강화”라며 “보험업계 의견을 포괄적으로 수렴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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