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주관광 최대 성수기인 7~8월에 이어 9월에도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내국인 관광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국인 관광시장의 침체는 해외여행 수요 증가, 제주공항의 항공기 수용능력 포화, 폭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1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36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줄었다. 분기별 집계에서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2014년 2분기 이후 4년만이다.
또 여름철 성수기인 7월과 8월에 이어 9월까지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지속됐다.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7%, 8월에는 7.3%, 추석 연휴가 포함된 9월에도 8.4%가 각각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
올들어 9월 말까지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잠정)은 992만3,4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13만5,756명에 비해 2.1% 감소했다. 여기에 사드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관광시장까지 겹치면서 9월말 현재 전체 제주 방문 관광객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39만4,847명) 줄어들었다.
이처럼 내국인 관광객 감소한 것은 제주관광시장의 구조적 요인과 일시적인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은 제주본부는 분석했다. 우선 해외여행을 주제로 한 TV프로그램의 인기 등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제주 방문 수요는 점차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제주공항 항공기 수용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여행 성수기 중 제주 방문객 증가를 제약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동남아 등 해외 저가 골프장으로 나가는 국내 관광객 흡수를 위해 시행했던 제주지역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올해부터 종료되면서 골프 관광객이 감소한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외에도 올 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외부 활동이 위축된 점과 지난해 관광객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등도 제주 관광수요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농촌체험형 관광 프로그램 등이 내국인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부 지역주민의 관광객에 대한 부정적 시각 확대, 남북관계 개선 시 북한지역 여행 선호 증대 등이 제주 관광수요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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