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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반도 안 찬 공공기관 어린이집 “일반인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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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반도 안 찬 공공기관 어린이집 “일반인 NO!”

입력
2018.10.02 04:40
수정
2018.10.02 10: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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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주요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현황=그래픽 강준구 기자
서울 시내 주요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현황=그래픽 강준구 기자

직장인 황정헌(37)씨는 매일 아침이면 세 살배기 딸이 눈에 밟힌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집에서 아이가 하루를 보내는 민간어린이집까지는 어린이집 버스로 20분 거리. 너무 예민하다고 대부분 핀잔을 주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이 혹여 가는 길에 사고나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그래서 집에 올 때는 꼭 직접 데려온다. 벌써 석 달째다.

집에서 3분 걸어가면 닿는 수원지법 내 어린이집이 거슬리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정원 99명에 74명만 다니고 있어 자리가 25명이나 빈다는 얘기를 최근 듣고 나선 행여나 하는 기대까지 품었다. 급기야 법원에 ‘직원이 아닌데 아이를 보낼 수 있냐’고 문의했지만 보기 좋게 딱지를 맞았다. 황씨는 “뻔히 자리가 비어 있는 걸 아는데 안 된다고만 하니까 답답하다“라며 “어린이집 때문에 다들 아우성인데 지역 주민을 위해 공공기관이 나서줄 수는 없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법원이나 구청 등 각 지역 공공기관에 설치된 직장어린이집이 지역민들로부터 시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반면, 정작 집에서 가깝고 시설 좋은 공공기관 어린이집은 정해진 정원조차 채우지 않고 있는 것. ‘어차피 빈자리, 우리 애들이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해당 어린이집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 본보가 어린이집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 시내 구청과 법원,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 있는 총 42곳 어린이집 가운데 정원을 꽉 채워 운영하는 곳은 동대문구청과 관악구청, 법무부 3곳에 불과했다. 국회(정원 170명/현재 137명), 서울시청(195명/132명) 등 39곳은 현재 인원이 정원의 80% 이하다. 특히 서울북부지법(100명/43명) 서울세관(27명/13명) 국립중앙도서관(45명/28명) 구로구청(84명/48명)은 정원 절반에 못 미치거나 겨우 넘긴 수준이다.

부모들은 규정상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공기관 어린이집이 기본적으로 직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어린이집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직원 외 일반인 자녀도 받아들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용을 모두 회사에서 부담하거나 직접 운영하는 일반 사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고용보험기금으로 설치하고 운영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외부인들도 얼마든지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직원 아이들을 ‘우선’하면 될 뿐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대부분은 손사래를 친다. 가끔 관련 문의를 받을 때가 있지만 아예 해당규정에 대해 함구하거나, 직원 외 주민들 자녀는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우기 일쑤다. 집 근처에 있는 구청 어린이집에서 거절을 당했다는 직장인 김기명(38)씨는 “직원 아닌 경우에는 받지 말라는 지침이 구청에서 내려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구청 어린이집 관계자는 “자기 아이들이 누구의 자녀들인지 모르는 아이들과 섞여 지내는 걸 반기지 않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관리 감독 주체인 정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주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현실적으로 공공기관이 외부 인원을 받지 않는다고 처벌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라며 “공공기관에서 최대한 빈자리를 공유할 수 있게 유도하는 방법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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