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 글러브요?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지난 30일 수원구장에서 만난 KT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28)는 올해 최고 외국인 타자로 꼽힌다. 올해 136경기에서 타율 0.309에 41홈런(공동 2위), 111타점(6위) 109득점(1위) 17도루(10위)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89(10위)다. 올 시즌 로하스는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했다. ‘전 경기 출장’이라는 성실함도 강점이다. 로하스가 올 시즌 치열한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에서 강력한 수상자 후보로 지목되는 이유다.
특히 수비 부담이 적지 않은 중견수를 맡고 있는데 중견수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역대 중견수 최다 홈런을 새로 썼고 최다 타점 기록도 노리고 있다. 이전 기록은 2000년 박재홍의 32 홈런 115타점이다. 아직 8경기가 남은 점을 고려하면 무난하게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KT팀 창단 최초로 한 시즌 40홈런, 팀 최초 사이클링 히트 등 인상적인 기록도 많이 세웠다. 골든 글러브를 받으면 KT 선수로는 처음 골든 글러브 기록도 새로 쓰게 된다. 2015시즌 유한준이 시즌 후 KT로 이적해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적은 있지만, 유한준의 성적은 넥센 시절 세운 기록이다. 외야수 골든 글러브는 원칙상 포지션과 관계없이 3명이 선정되지만, 대개 중견수가 수상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망이 더욱 밝다. 내심 골든 글러브가 욕심날 만한데도 로하스는 “일단은 팀 성적이 먼저”라며 손사래를 쳤다. 로하스는 “물론 수상하면 기쁘겠지만 지금은 팀이 9위를 넘어 8위까지 도전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골든 글러브는 아무래도 팀 성적이 좋은 다른 선수가 타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몸을 낮췄다.
올 시즌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는 ‘한 게임 좌우 타석 홈런’도 ‘KT 최초 사이클링 히트’도 아닌, ‘37호 홈런’이었다. 로하스는 “지난 18일 수원구장 SK전이었는데, 투수가 앞 타자 유한준 선수를 고의4구로 거르고 나와 상대했다”면서 “그때 터진 3점 홈런으로 자존심도 회복했고 많은 기록도 새로 작성했다”며 웃었다. 로하스는 이 홈런으로 팀 사상 처음으로 30홈런-100타점-100득점 고지를 밟았다.

팀 내 ‘절친’으로는 막내 강백호(19)를 꼽았다. 시즌 전 미국 전지훈련장에서 처음 봤는데, 어리지만 많은 잠재력을 가진 선수라는걸 한눈에 알아봤다고 한다. 로하스 역시 어릴 적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막상 야구에 관한 기술적 심리적 노하우를 깨닫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로하스는 “내가 오랜 시간을 들여 얻은 노하우를 강백호에 많이 이야기 해준다”면서 “그가 야구 선수로서 성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욕심도 살짝 내비쳤다. 로하스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메이저리그를 꿈꿀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은퇴 전에는 꼭 MLB 무대를 밟아보고 싶다”라고 했다.
야구 외에는 의외로 ‘정적인 취미’를 갖고 있다. 휴일이나 여가 시간에 스트레스 회복에 집중하는 편인데 최근엔 냉각 사우나 요법인 ‘크라이오테라피’에 빠졌다고 한다. 통속에 들어가 영하의 급속 냉동 환경에서 피로회복을 하면서 다음날 경기에 대비한다.
마지막으로 “팀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변함없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내년에 KT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중반 KT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O리그에 합류한 로하스는 올해가 2번째 시즌이다. 지난 시즌에는 83경기에서 타율 0.301, 안타 101개, 홈런 18개, 장타율 0.560, 타점 57점을 기록해 팬들로부터 ‘복덩이’ ‘조원동(수원구장 소재지) 섹시 가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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