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판매직에 사회관계망 없는 집단 행복감 낮아
우리나라에서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집단은 사회관계망을 갖춘 대졸 이상 전문직(화이트칼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1일 발간한 계간 ‘통계플러스’ 가을호에서 이런 내용의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수행한 ‘주관적 웰빙(well-being)’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인구집단별 행복 수준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측정 항목은 △삶에 대한 만족도 △긍정정서(행복) 또는 부정정서(근심ㆍ우울) △유데모니아(자기 삶에 대한 가치 측정)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각 1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우선 혼인 상태에 따른 행복 수준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가장 높고 이혼한 경우가 가장 낮았다. 이혼한 경우는 삶에 대한 만족도 또한 5.3점으로, 배우자 있음(6.1점)은 물론이고 사별(5.9점)보다도 낮았다. 이혼자 집단은 유데모니아도 가장 낮게 나타난 반면, 부정정서는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득은 행복의 충분조건으로 봐도 무방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은 삶에 대한 만족도가 5.49점으로 500만원 이상인 집단보다 0.93점, 100만~199만원 집단보다 0.4점 각각 낮았다. 반면 부정정서는 100만원 미만 집단이 4.23점으로 500만원 이상 집단과 100만~199만원 집단보다 각각 0.75점, 0.59점 높았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관계망의 유무 또한 행복 수준의 차이와 직결됐다. 삶의 만족도나 긍정정서, 유데모니아 등의 항목에서 사회관계망이 있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각각 0.5점가량 높았다. 거주지역별로는 도시보다는 농어촌이, 연령대별로는 30대가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표들을 종합한 결과 전문ㆍ관리직, 사무직, 기타 직업, 학생 및 진학준비 등의 직군에서 사회관계망이 있고 대졸 이상인 이들이 가장 높은 삶의 만족도(6.46점)를 보였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16.1%다. 반면 서비스ㆍ판매직, 기능노무직, 농림어업직군에 속하면서 사회관계망이 없으면서 이혼한 집단(5.01점)과, 쉬었거나 취업준비 중이면서 사회관계망이 없는 집단(4.71점)이 삶에 대한 만족도에서 최하위권을 이뤘다.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6% 수준이다.
한편 유엔의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5.87점으로 156개국 중 57위로, 2012년 43위에서 14계단 하락했다. 건강기대수명(4위), 1인당 국내총생산(28위) 등은 선진국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사회적 관계(95위), 자율성(139위), 부패인식(126위) 등에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 결과다. 통계청은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경제수준이 낮거나 건강하지 않아서가 아닌 사회통합이 취약한데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투명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