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 가방 시장 규모가 지난해 명품 종주국인 프랑스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가방 시장 규모는 약 3조2,353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세계에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로 2년 만에 5위에서 한 단계 상승했다. 프랑스는 3조301억원에 그치며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중국 명품 가방 시장도 급성장하며 지난해 6조3,320억원을 기록, 세계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중국에 밀린 일본(6조1,713억원)은 2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미국은 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줄곧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6조8,842억원이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뷰티ㆍ패션 부문)은 “테러 위협으로 인한 프랑스 관광객 수 감소가 럭셔리 가방 시장 규모 국가별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내 시장 또한 사드 이슈로 인한 영향이 있었지만 내수 시장이 그 영향을 상쇄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국내 명품가방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2년 전인 2015년(6,935억원)에 비해 370% 성장했고, 세계 시장에서의 순위도 8위에서 4위로 4단계나 뛰어올랐다.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가 면세 및 중고시장, 암시장을 제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명품가방 시장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
브랜드별로는 LVMH의 루이비통이 2016년 기준 국내 명품가방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집계됐다. 점유율은 19.4%로 5년 전인 2011년에 비해 2.9%포인트 하락했다. 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샤넬과 에르메스도 점유율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유행하는 입생로랑도 점유율이 상승했다. 프라다는 점유율이 계속 밀리면서 2016년에는 10%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명품가방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명품가방 시장에서 온라인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5.5%에서 지난해 8.5%로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4.5%에서 4.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홍 연구원은 한국 명품가방 시장의 특성에 대해 “주변국과의 가격 차이가 크고 일부 인기 품목의 경우 소비자가 구매 의사가 있음에도 구할 수 없는 유통구조 때문에 구매대행이 성행하는 부분이 특이점”이라며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지만 한국 명품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높아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매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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