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찰 첫 사적연락금지법 시행
“업무 중심 직장분위기 정착 목적”
울산에서는 앞으로 상급경찰관이 하급 이성 경찰관에게 업무시간 이외에 사적으로 연락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전국 경찰에서는 처음으로 부서장의 지속적인 확인의무 등이 포함된 5개 조항과 부칙으로 구성된 ‘사적연락금지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울산경찰청(청장 황운하)이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보드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조직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8월 16일부터 과장급 이하의 실무자들로 구성된 청년 중역회의인 ‘블루보드’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20, 30대 실무자 15명으로 구성된 블루보드는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정기회의를 진행해 조직문화 혁신 방안 등을 발굴, 청장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블루보드는 지금까지 5차례 전체회의를 거쳐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업무중심의 직장분위기 조성 △직원 복지 향상 △울산경찰의 사회공헌활동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해 △사적연락금지법 도입 △구내식단 개선을 위한 시스템 마련 △계급에 따른 불필요한 관행 개선(무전 시 경어사용 금지, 관행에 따른 편의시설 이용 기준 재정비) 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결과물을 도출했다.
최근에는 △퇴근인사 없는 퇴근 문화 조성 △집중업무시간 도입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블루보드의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특색적인 것은 1일부터 울산경찰청에 전격 시행되는 ‘사적연락금지법’으로 퇴근 후 이성 하급자에 대한 사적인 연락을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주말인데 뭐하니?”, “오늘 뭐 먹었어?”, “○○에 왔는데 너무 좋다~” 등 안부 연락을 하거나 “소주 한 잔 하자”, “재밌는 영화 나왔던데 같이 보자”, “맛집 발견했는데 같이 가자”, “너희 집 근처인데 잠깐 보자”, “요즘 고생 많던데 술 한 잔 사줄게”, “시험 공부하느라 힘들지? 밥먹자” 등 사적 만남을 요구하는 연락이 금지된다.
또 퇴근 후 술에 만취해 하는 연락이나 온라인 찌라시, 언론 정리자료 등을 요구가 없음에도 개인적으로 반복해서 보내는 행위, 하급자의 퇴근 후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사적인 연락도 금지된다.
다만 사적 연락 금지의 경우 일대일 형식의 연락수단에 한하며, 카카오톡 단체방 등 3인 이상이 동시에 소통하는 공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상급자는 이성 하급자의 친절함이나 만족스러운 리액션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예의에 기인한 것임을 인지하고 이성적 호감의 표시로 오해하지 않아야 하며, 상급자는 가끔씩 ‘그들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떠올리며 착각 속에 살고 있지 않는지 경계하도록 했다.
블루보드는 사적연락금지법과 관련,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고 내부 공감대를 조성하기 위해 울산청 직장협의회와 함께 논의를 진행하는 등 사전에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쳤다.
블루보드 관계자는 “운영 초기에는 회원들이 블루보드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으나,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을 통해 조율되고 정리된 의견이 조직운영에 직접 반영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회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주변의 관심과 응원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시민이 바라는 경찰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경찰도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며 “블루보드가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