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상륙한 제24호 태풍 ‘짜미’가 일본 열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전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간사이(関西) 공항을 마비시켰던 제21호 태풍 ‘제비’의 피해를 입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풍과 폭우 등의 의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오키나와(沖縄)와 규슈(九州)를 거쳐 본토에 상륙한 짜미는 오후에는 태풍 제비가 휩쓸고 간 시코쿠(四國), 긴키(近畿)지역을 지나 수도권 방향으로 이동하며 일본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奄美)시 나제(名瀨)항에선 강풍과 높은 파도로 높이 11m 등대가 통째로 뽑혀 사라졌다. NHK에 따르면 등대가 서 있던 자리에는 현재 덩그러니 콘크리트로 만든 지반만 남아 있다. 이 등대는 방파제 위에 설치돼 야간에 선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해상보안청은 태풍으로 등대가 뽑힌 것으로 보고 사라진 등대를 찾고 있다.
가고시마에서 최대 순간풍속 초속 54.6m를 기록한 짜미의 영향으로 일본 각지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편이 마비됐다. 태풍 제비의 영향으로 활주로 침수 등의 피해를 입은 오사카(大阪) 간사이(関西)공항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이날부터 내일 오전까지 선제적으로 폐쇄 결정을 내렸다. NHK에 따르면 오후 4시30분 현재 결항됐거나 결항이 결정된 일본 국내선 항공기는 1,182편에 달했다.
하늘길뿐 아니라 땅길도 꽉 막혔다. 규수와 혼슈(本州) 서남부에서 간토((關東)에 이르는 신칸센(新幹線) 운행이 정지되거나 지연됐다. JR히가시니혼(東日本)은 도호쿠선, 조에쓰(上越)선, 호쿠리쿠(北陸)선, 야마가타(山形)선 상ㆍ하행 야간열차의 일부 운행을 중단하거나 행선지를 변경했다. 오후 8시부터는 도쿄 도심 주요지역을 순환하는 야마노테(山手)선을 포함해 도카이도(東海道)선, 사이타마(埼玉)선 등의 모든 전철 운행을 중단했다.
짜미의 예상 경로에 위치한 와카야마(和歌山)현과 에히메(愛媛)현 등 지방자치단체에선 주민 430만명을 대상으로 대피령과 대피권고를 내렸다. 가고시마, 미야자키(宮崎), 지바(千葉)현에선 산사태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짜미가 예상 경로대로 이동한다면, 1일에는 도쿄 등 수도권도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도쿄에선 1938년 기록된 순간풍속 초속 46.7m를 넘어서는 강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상청은 수도권 지역에 폭우와 강풍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외출 자제를 당부했고, 일본 정부는 28일부터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해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간 지역에선 지붕이 무너지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오키나와현과 가고시마현 등에선 오후 9시 기준 1명이 실종됐고 최소 7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가고시마현에선 50대 남성이 강풍에 타고 있던 트럭이 뒤집히면서 부상을 당했고, 미야자키현에선 60대 여성이 수로에 휩쓸려 실종됐다. 태풍의 영향으로 오키나와현에선 20만가구, 가고시마현 14만가구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했고 가고시마현에선 전화가 불통된 지역도 있었다.
폭우 피해도 컸다. 가고시마와 미야자키현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120㎜의 비가 쏟아졌고, 서일본지역에선 1일까지 최고 500㎜, 간토지역도 최고 350㎜의 강수량이 예상됐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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