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민 당국이 최근 불법 체류 등 혐의가 있는 우리 국민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현지 교민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으나 외교 당국의 중재로 사태가 점차 수습되고 있다. 연행된 한국인 21명 중 18명이 석방이나 보석으로 풀려났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동만 주(駐)필리핀 대사는 28일(현지시간) 모렌테 필리핀 이민청장을 만나 최근 발생한 한국 교민 단속 문제를 협의하고 수감자 7명 중 인도주의적 사유가 있는 4명의 보석을 허가 받았다. 필리핀 이민청은 앞서 18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우리 국민이 집중 거주하고 있는 파라냐케 지역에서 불법 체류 및 불법 취업 단속을 실시해 한국 교민 21명을 연행했다. 이 중 14명이 차례로 석방되고 불법 체류나 미허가 영업장 취업 혐의가 확인된 7명이 수감된 상태였다.
주필리핀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모렌테 이민청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인을 고위험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우리 측에 밝혔다. 대사관과 필리핀 이민청은 조만간 이민법 설명회를 개최하고 연간 2차례 협의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 법무부 출입국본부와 필리핀 이민청 간 정책협의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사관 측은 29일에도 이민청과 접촉해 한국인의 비자 연장 절차 간소화와 신속한 처리, 불법 체류자 구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편 필리핀 이민청의 무차별 단속이 벌어지자 현지 교민들은 24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비자가 합법적인데도 마구잡이로 연행해 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을 올려 1만여명으로부터 청원 동의를 받았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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