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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동 지반침하 한달…피해 주민 절반 집에 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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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동 지반침하 한달…피해 주민 절반 집에 못 가요"

입력
2018.10.01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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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가산동 아파트 지반 침하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현장에서 2일 오전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홍인기 기자 /2018-09-0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가산동 아파트 지반 침하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현장에서 2일 오전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홍인기 기자 /2018-09-02(한국일보)

“지금도 새벽 4시만 되면 몸서리 치면서 눈을 뜹니다.”

지난 8월 31일 발생한 ‘금천구 아파트 지반침하’ 사고 피해 주민 중 한 명인 A(61)씨는 지금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한 달째 임시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A씨는 지반침하가 발생했던 시간대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등 불안증세에 시달린다고 했다. 신경안정제도 계속 복용 중이다.

‘깊이 6m 규모의 지반침하’로 새벽에 긴급 대피해야 했던 가산동 주민들이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A씨처럼 집으로 못 돌아가고 임시숙소를 전전하는 주민은 전체 피해 주민 200여명(76가구) 중 절반 정도로 파악된다. 1, 2인실 위주인 인근 호텔에 임시수용 되면서 한 달 동안 생이별한 가족들도 꽤 있다.

지반침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근 오피스텔 신축 시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문제, 구청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문제제기 등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주민대책기구가 쪼개진 탓이다. 아파트 동 대표가 주축이 된 입주자대표회의(입주자회의)가 지난 4일 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이에 앞서 평소 동 대표들에게 불신이 컸던 일부 주민들이 피해자대책위원회(피대위)를 따로 꾸린 것이다.

이들은 시공사를 상대로 한 소송과 손해배상문제 등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공청회도 따로 열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 때문에 시공사도 한 달 동안 입주자회의 관계자와 상견례를 한 차례 했을 뿐 별다른 수습방안을 내놓은 게 없다.

그나마 정당성을 갖춘 입주자회의가 빨리 수습에 나서기를 바라는 게 다수 주민의 뜻으로 보이지만 입주자회의 멤버인 동 대표 일부가 사고 후 불안감에 이사를 가면서 사태가 더 꼬이는 형편이다. “입주자회의가 일부 동 대표의 이사 등으로 의결정족수(15명 중 과반)를 채우지 못 해 안건을 의결할 수 없는 식물기구로 전락했다”는 게 피대위 측 입장이다.

피대위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7일 공공기관에 임의단체 등록까지 마쳤다. 반면 입주자회의 측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기구를 구성했지만, 피대위 활동으로 인해 사고 대처가 늦어지고 있다”고 맞섰다. 둘 사이에서는 명예훼손과 모욕 등 고소고발전이 전개되고 있다.

두 대책기구 간 다툼으로 피해는 주민들이 보고 있다. 박모(49)씨는 “매 끼니를 외식으로 때워야 해 소화불량을 달고 산다”며 “다 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인데 갈라져있으니 언제쯤 사태가 해결돼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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