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 여파로 올해 수상이 취소된 노벨문학상이 내년에도 수상자를 못 낼 가능성이 제기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업무를 담당해 온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자 선정권을 박탈 당할 수도 있어 노벨문학상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미투 폭로와 관련) 한림원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림원은 지난 5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취소를 발표하며 내년에 2018 · 2019년 수상자를 동시에 선정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케스텐 사무총장은 “한림원이 정통성을 다시 얻지 못한다면 극단적 조치가 필요하고 그 중 하나는 노벨문학상 선정권을 다른 기관에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상 주체가 바뀌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은 장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1901년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에게 첫 영예를 안기며 출범한 노벨문학상은 지난해 11월 미투 폭로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여성 18명이 한림원 종신위원 18명 중 1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 장 클로드 아르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잇달아 폭로하면서 노벨문학상은 미투 파문에 휩싸였다. 프랑스계 사진작가인 아르노는 ‘19번째 종신위원’이라 불릴 정도로 한림원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와 파장은 더욱 컸다. 한림원 위원들은 아르노 파문에 대한 대처 방안을 두고 내홍을 겪다 위원 6명이 사퇴하거나 활동 중지에 들어갔다. 한림원은 지난 5월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아르노는 성폭력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한림원이 신규 위원 영입과 위원 제명에 필요한 내규 해석에 의견 일치를 본 것은 긍정적인 조치”라면서도 “추가 조치가 필요하나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위원이 추가 사퇴하면 좋을 것”이라며 “일들이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다뤄지지 않으면 불행하게도 수상 연기가 재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림원은 통상 이맘때쯤이면 다음해 수상자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문학상을 제외한 노벨상 다른 부문 수상은 예년처럼 이뤄진다. 1일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시작으로 2일 노벨물리학상, 3일 노벨화학상 수상자 발표가 이어진다. 5일에는 노벨평화상, 8일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노벨상 부문별 상금은 9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1억2,400만원)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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