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47)가 “상장 폐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트위터 발언 때문에 겸임하던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테슬라 주가는 또다시 곤두박질치며 ‘머스크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머스크를 대체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지난달 테슬라를 상장 폐지하겠다는 트윗을 올려 투자자를 기만한 혐의(증권사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소당한 머스크가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사건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SEC가 고소한 지 이틀 만이다. 머스크는 잘못한 게 없다며 완강히 버텼지만, 테슬라 주가 급락세가 지속되자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초에도 머스크가 인터넷 방송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장면이 공개돼 주가가 폭락하고 사회적 비난이 쇄도하는 등 돌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는 머스크를 길들이기 위한 견제 조치가 망라됐다. 우선 머스크는 45일 안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해야 하고, 향후 3년간 다시 의장에 오를 수 없다. CEO 자리는 지켜냈지만 과거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SEC는 테슬라의 개혁 조치를 주도할 2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하라고 주문했다. 머스크의 간섭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권한을 갖춘 독립 이사회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사회에 머스크와 투자자 간 소통을 감시하라는 의무도 부과했다. 향후 추가적인 시장 교란 행위와 주주에 대한 위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란 설명이다. 머스크와 테슬라는 각각 2,000만달러(약 222억2,000만원)의 벌금도 물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머스크의 돌발행동을 제어하고, 테슬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벤 칼로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조치는 테슬라 주주들을 위해 훌륭한 결의안이 될 것”이라며 “테슬라 주식이 펀더멘털에 초점을 두는 영역으로 진입하게 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머스크는 이제 트위터 등을 포함해 회사의 승인 없이 어떤 문자화 한 메시지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머스크에 대한 관리 감독이 머스크 특유의 혁신 경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프리 소네필드 예일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그가 없었다면 (테슬라) 회사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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