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작전 중 전우 못 떠난다”
“조국의 동쪽 끝 울릉도에서 태어나 서쪽 끝 서북도서에서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영광을 평생 자랑스러운 추억으로 말하겠습니다.”
주둔지가 경북 포항시인 해병대 1사단 공병대대 소속 폭파병 이재성(21) 병장은 최근 인천 옹진군 백령면 소재 6여단으로 파견됐다.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서 석 달 동안 진행되는 지뢰 탐지ㆍ제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30일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이번 작전 참여는 이 병장에게 의무가 아니었다. 본격 작전 시기인 10월 22일이 그의 전역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뢰 제거 유경험자로서 마지막 작전을 형제 같은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심전심 의기투합이 이뤄졌다. 동기(병 1,218기)인 정민혁(21) 병장(지뢰탐지병)과 11월 12일에 전역할 예정이던 강재현(21ㆍ야전공병), 강혁규(21ㆍ야전공병), 권승준(21ㆍ보급병), 원현권(21ㆍ야전공병), 이태원(20ㆍ지뢰탐지병) 병장 등 바로 아래 기수 후배 다섯도 같은 뜻이었다. “위험하고 힘든 일은 내가 먼저 나선다”는 해병정신을 발휘할 기회라 여긴 이들 7명은 부대의 작전 투입이 결정된 6월 부대 측에 전역 연기 및 임무 완수 의지를 밝혔다.
서북도서 지뢰 제거는 힘들지만 중요한 작전이다. 백령도나 대청도 등의 경우 과거 매설된 지뢰가 유실돼 사람 왕래가 잦은 곳에서 발견되기 일쑤다. 실제 인명 피해도 있었다. 해병대가 정기 작전을 벌이는 이유다. 위험한 환경에서 작전이 이뤄지는 만큼 경험으로 숙달된 병력들의 전문성ㆍ단결력이 필수다. 현장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김경일(40) 소령은 “임무 완수와 작전 성공을 위해 전역까지 연기한 부하 7명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이들의 솔선수범은 부대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7인 병장단’은 작전 종료 뒤인 12월 5일 함께 전역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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