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며 30일 홍보에 나섰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매거진 ‘월간가격’을 9월부터 월 단위로 자체 제작해 매장에 비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했는데요. 신인 음악가 발굴과 영화 제작으로 기존 유통업의 경계를 뛰어넘더니 이제는 잡지까지 내며 새로운 마케팅 실험에 나서는 모습이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마트는 월간가격이 상품명과 금액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기존 전단과 차별화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월별 특집 코너에는 유통업계에서 시의성을 띠는 이슈와 관련된 글이 칼럼 형태로 게재된다”고 강조했는데요.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가 시의성 있는 칼럼을 실은 잡지를 발행한다는 건 해당 이슈나 관련 상품 관련 여론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동일한 제호로 연 2회 이상 계속 발행하는 정기간행물 가운데 잡지(책자 형태)와 기타간행물(책자 형태가 아닌 간행물)을 만드는 사람은 기자처럼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정보 전파를 이유로 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잡지’ 발행을 홍보하기 전 이런 점을 검토해봤냐고 문의하자 이마트 측은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결국 “임의로 잡지라고 부른 것이지, 기존 전단을 형태만 바꿨을 뿐이라 사실상 잡지는 아니다”라며 보도자료와 전혀 다른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매일 먹는 이마트 요리와 와인의 꿀 조합’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포함한 월간가격 10월호는 잡지보다 정보간행물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권익위에 따르면 여론 형성의 목적 없이 정보 전달을 위해 발행되는 정보간행물은 정기간행물이면서도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8쪽밖에 안 되는 월간가격의 분량 역시 잡지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성장이 주춤해 활로를 찾아야 하는 대형마트 입장에선 참신한 마케팅 수단이 절실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 형태를 둘러싸고 청탁금지법 적용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치열했던 게 불과 2년 전인데, 이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채 ‘잡지 홍보’에 나선 건 성급했습니다.
광고의 형태가 잡지든 정보간행물이든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간행물 내용이 의도적인 여론 형성용인지 단순 정보 제공용인지 소비자도 알 만큼 아니까요. 청탁금지법이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기업의 마케팅 활동마저 제약할 수 있다는 상황이 참 씁쓸합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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