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전직 대법관들의 주거지 및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됐지만, 양승태 수뇌부에 대한 영장 발부가 수사착수 석 달여 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승태 사법부 최고위층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셈이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전직 대법관들은 각종 재판거래 및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이를 보고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옛 통진당 소송에 개입하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른바 강제징용 소송을 논의한 정황이 포착됐고, 차한성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에 앞서 강제징용 소송에 개입한 의혹이 불거졌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과 현직 판사가 연루된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의 최종 책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지만 그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이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들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최근의 사법불신 기류와 무관치 않다. 사법농단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90%에 달하는 압수수색영장 기각률과 수만 건 증거 파기로 여론의 공분을 산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영장기각 등으로 ‘김명수 사법부’의 내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별재판부 구성과 국정조사, 관련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등이 국회와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본격 거론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법관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것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 일인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구성 의사도 밝혔다. 김 대법원장 스스로 밝혔듯이 국민이 사법부에 배신감을 갖지 않도록 하려면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 협조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사법개혁의 출발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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