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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으며 숨은 명소 찾기 광주 ’원도심 투어’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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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으며 숨은 명소 찾기 광주 ’원도심 투어’ 맛과 멋

입력
2018.10.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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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정도 천년] ‘볼거리’ 풍성 광주 관광

천년의 역사가 예술로 꽃핀 광주는 역동적인 문화 에너지가 흐르는 곳이다. 특히 2015년 문을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 느낄 거리가 넘친다. 전당에서 걸어서 15분 안팎이면 닿는 광장과 거리, 시장, 마을 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상상 이상의 문화도시, 광주를 맛보게 되는 매력적인 기회다.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바로 옆엔 광주정신이 깃들어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 있다. 빛의 숲으로 불리는 이곳은 국내외 문화마니아들에게 가장 핫한 공간이다. 광주시 제공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바로 옆엔 광주정신이 깃들어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 있다. 빛의 숲으로 불리는 이곳은 국내외 문화마니아들에게 가장 핫한 공간이다. 광주시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의 대표적 복합문화공간인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내외 문화마니아들에게 가장 핫한 공간이다. ‘빛의 숲’으로 불리는 전당을 처음 마주할 때 놀라는 것은 건축적 아우라다. 땅속 25m까지 파고 들어간 곳에 자리한 지하건축물이 5ㆍ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인 현장인 지상의 건축물들을 경배하듯 바라보게 배치돼 있다. 전당에 곳곳에 ‘광주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하는 이유다. 전당에선 아시아의 문화교류, 문화자원 수집ㆍ연구, 콘텐츠의 창작 및 제작 그리고 전시, 공연, 아카이브, 유통이 한 곳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어린이문화원, 예술극장, 아시아문화광장, 하늘마당, 옥상공원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이 있다.

전당은 규모(연면적 16만1,237㎡)가 큰 이 곳을 방문객이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투어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개인 여행자나 소규모 그룹은 전당이 개발한 순환형, 선택형 투어 동선을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투어는 도슨트의 해설로 진행된다.

대인예술시장은 화가, 금속공예가, 설치미술작가 등이 "쇠락한 시장을 살리고 일반인과 예술인 사이 소통의 길도 뚫겠다"며 빈 점포를 얻어 작업실과 전시장으로 쓰면서 생기가 돌고 있다. 광주시 제공
대인예술시장은 화가, 금속공예가, 설치미술작가 등이 "쇠락한 시장을 살리고 일반인과 예술인 사이 소통의 길도 뚫겠다"며 빈 점포를 얻어 작업실과 전시장으로 쓰면서 생기가 돌고 있다. 광주시 제공

◇대인예술시장 동구 대인예술시장은 예술과 시장이 만나 ‘재미난 별별 일이 다 벌어지는 공간’이다. 청춘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로 인기 절정이다. 대인시장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구속구석을 걸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걸으며 벽화와 재미있는 간판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많은 데다, 크고 작은 문화프로젝트의 무대로 인기 있는 곳이라서 빈 벽, 골목 모퉁이, 공터, 상점 간판과 셔터 모두 화폭이 됐다.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벽화와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벽화도 유명하지만 하루에도 몇 바퀴씩 시장거리를 돌며 질 좋은 제철 과일들을 파는 ‘진희 상회’ 아주머니의 ‘리어카 벽화’가 명물이다. 1980년 5ㆍ18 당시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들의 배를 채워주었던 상인 중 한 사람이었던 하문순 아주머니와 과일 수레는 시장거리에서만 볼 수 있다. 안 보이면 한 평 갤러리 옆 골목길에 가면 항상 만날 수 있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 현장이었던 대인시장은 당시 예술작가들이 시장을 무대로 예술이벤트를 펼친 뒤 아예 작업실을 시장으로 옮기면서 유명해졌다.

/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주민들은 이웃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버린 벽시계들을 모아 빈 집 벽에 장식했다. 주민들은 “떠난 이들이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남구 양림동은 광주의 속살을 지닌 보물 같은 마을이다. 100여년 전에 지어진 옛 모습 그대로의 동ㆍ서양 근대건축물들과 그 곳에 깃든 사람들 이야기가 각별해서다. 실제 양림동을 찾는 이들의 눈을 제일 먼저 사로잡는 것은 또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근대건축물들이다. 양림동은 배유지 선교사 등 미국 남장로 소속 선교사들이 1904년 12월 25일 첫 크리스마스 예배를 올리면서 광주선교활동을 시작한 곳이다. 항일의지의 산실이었던 수피아홀(1911년), 100년간 신앙과 문화의 전당을 역할을 해온 오웬기념각(1914년), 희생과 나눔 정신이 스민 우일선 선교사 사택(1920년대) 등은 근대교육과 의료의 토대를 닦은 선교사들이 지은 건축물이다. 이들 서양식 건축물들과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근대 한옥들 역시 양림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이장우 고택(1899년)은 광주의 거부였던 정낙교의 아들 정병호의 집이었다가 1959년 지금의 주인에게 팔렸다. 기품 있는 한옥의 원형이 잘 보전돼 있고, 방문객에게 개방된다.

양림동은 곽재구, 문순태, 임권택 등 수많은 예술가가 한 시절을 보낸 동네다. 최근엔 새로운 아티스트가 탄생했다. 양림동 초입에 있는 ‘펭권마을’ 지킴이들이 그들이다. 펭귄처럼 느리게 걷는 노인들이 살던 낙후한 마을을 주민들이 정크 아트로 변신시키면서 명소가 됐다. 펭귄마을 주변엔 개성 있는 카페와 맛 집까지 더 해졌다. 김현승 시인은 우일선 선교사를 통해 처음 커피를 접했다고 한다. 평생 차를 좋아해 다형이란 호도 얻었다. ‘다형 다방’은 양림동의 문화와 인물의 이야기를 차와 함께 마시는 문화카페형 공간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엔 도심 속 힐링길로 자리잡은 푸른길이 위치해 아시아문화전당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광주시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엔 도심 속 힐링길로 자리잡은 푸른길이 위치해 아시아문화전당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광주시 제공

◇옛 남광주역 ‘푸른길 기차’ 광주역에서 광주대 입구까지 8.2㎞에 이르는 남구 푸른길엔 광주시민들의 자부심과 추억이 함께 심어져 있다. 경전선 도심철도가 2000년 폐선된 후 시민들은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보물 같은 푸른길 공원을 만들었다. 다양한 공동체와 시민들이 문화와 삶을 나누는 푸른길로 꾸민 결과다. 2015년엔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시아 도시경관상은 유엔 해비타트(국제연합 인간거주위원회) 후쿠오카 본부, 후쿠오카 아시아도시연구소, 아시아해비타트협회, 아시아 경관디자인학회가 2010년부터 시상하는 경관 분야 아시아 최고의 국제상이다.

푸른길은 도심 속 힐링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길을 걷다 보면 문득 만나게 되는 동네 풍경과 아기자기한 카페와 문화공간이 푸른길을 돋보이게 한다. ‘푸른길 기차’ 또한 시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서린 옛 남광주 역사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됐다. 기관차 1대와 객차 2량을 한국철도공사에서 기증받아 갤러리와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기차는 멈추고, 옛 남광주역은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남광주역의 추억과 감성은 ‘남광주 밤기차夜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푸른길을 좀 더 친절하게 안내 받고 싶다면 푸른길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면 좋다. 방문 10일 전에 전화나 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사)푸른길 (062)514_2444 greenway@hanmail.net

푸른길에서 몇 분 정도만 걷다 보면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한 동명동 카페거리를 만날 수 있다. 광주시 제공
푸른길에서 몇 분 정도만 걷다 보면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한 동명동 카페거리를 만날 수 있다. 광주시 제공

◇동명동 카페거리 아시아문화전당과 푸른길 사이의 동구 동명동은 문화도시 광주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곳이다. 오밀조밀하게 교차되는 골목길에 젊은 예술작가들의 작업실과 공방, 문화활동가들의 아지트,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특히 3~4년 전만해도 한두 곳에 불과하던 카페와 맛집들이 80곳이 넘어서면서 서울 경리단길에 빗댄 ‘동리단길’이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광주의 대표적인 부자 동네였던 동명동은 한때 원도심의 침체로 활기를 잃었지만 2층 양옥과 한옥 등 낡은 주택을 개조한 이색적인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의 활력이 이곳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차와 요리, 디저트, 공예, 문화기획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아지트를 열고 싶어하는 핫 플레이스다. 실제 이곳에 둥지를 튼 카페 등을 보면 주인의 짙은 취향, 젊은 트렌드를 읽는 감각, 옛집을 개조한 독특한 공간,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문화공간으로서 특징이 있다. ‘커피’와 ‘수다’, ‘문화’가 묘하게 어우러진 것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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