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면제 검토를 지시했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수입차 관세를 현실화하면 한국산 차의 수출 감소율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30일 공개한 ‘미 자동차 고관세 부과의 주요국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 완성차ㆍ부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산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율은 22.7%에 달했다. 일본(21.5%) 중국(21.3%) 독일(21.0%) 등 주요 수출국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가장 충격을 받는 것이다.
특히 관세를 소비자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한다면 한국산 차가 가장 높은 상승률(23.9%)을 보인다. 나머지 생산국의 상승률은 멕시코 23.7%, 캐나다 23.5%, 일본 23.3%, 중국 23.1%, 독일 22.9% 등이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산 자동차는 영업이익률이 4.3%로 가장 낮고, 소비자가격 대비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상승률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차량 대수로 보면 일본이 42만대, 한국 16만대, 독일 15만대로 일본이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 대수가 일본 196만대, 한국 72만대, 독일 71만대, 중국 4만대 등으로 일본이 가장 많았다.
무협은 미국의 고관세 부과가 시행되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완성차와 부품 수출액은 총 240억달러로, 대미 총수출의 33.7%,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한다.
수입차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자동차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무협은 단기적으로 수입차 값이 자국산차(미국산)보다 2배가량(6,231달러) 올라 수요가 미국산 차로 전환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용 증가 등으로 미국산 차 경쟁력 약화와 수출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미국 측의 고관세 부과 조치에 한국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차 관세를 면제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문 대통령의 말씀을 고려해 검토해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처음으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거론된 만큼,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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