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 대신 일정한 기간을 민간업체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군 복무대체 요원들이 폭언을 비롯해 임금 삭감, 해고 협박에 시달리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해고를 당하면 현역이나 사회복무요원(공익)으로 전환되는 탓에 회사에선 철저한 ‘을’일 수밖에 없다.
30일 시민노동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전남에 위치한 식품제조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했던 A씨는 정해진 시간인 오후 6시에 퇴근하려다 이사로부터 난데없이 욕설 섞인 폭언을 들었다. A씨는 “갑자기 ‘지금 몇 시인데 다 튀어 들어와라 XX, 오늘 다 출근 안 한 걸로 해버려’라고 욕을 퍼부었다”며 “어느 날은 산업기능요원 30명을 집합시켜 ‘사기꾼, 개XX들’이라고 10분 넘게 욕설로 훈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당초 무료라던 기숙사비를 임금에서 공제할 뿐만 아니라 자격증도 없는 상황에서 중장비인 지게차를 몰도록 강요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업무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봉을 깎는 경우도 있었다. 이공계 석ㆍ박사가 지원하는 전문연구요원인 B씨는 “회사 측에서 업무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연봉 1,100만원을 삭감해 재계약하거나 퇴사를 하라고 협박했다”며 “퇴사하면 현역으로 복무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3월에는 승선근무예비역으로 일하던 구민회(당시 25세)씨가 선상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구씨가 일했던 회사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재발방지 대책도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승선근무예비역은 항해사, 기관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해운ㆍ수산업체에 일정 기간 근무하며 군 입대를 대신하는 제도다.
병무청은 임금체불 등 갑질을 자행한 업체를 병역지정업체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으나, 병무청 실태조사관 1명이 담당하는 산업기능요원만 757명에 달하는 등 인력부족으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군 복무대체 요원들도 근로자”라며 “총 1만6,000여명의 요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면적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