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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디지털 슈카쓰’로 몰리는 일본 스타트업

입력
2018.09.30 15:00
수정
2018.09.30 16:4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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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딩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모의 장례절차를 지켜보고 있다. 2017 엔딩박람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딩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모의 장례절차를 지켜보고 있다. 2017 엔딩박람회 홈페이지 캡처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선 간병과 장례절차나 묘지 선택, 상속 등을 생전 자신의 뜻대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준비하는 ‘슈카쓰(終活)’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변을 정리하면서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처럼 성행 중인 슈카쓰 산업은 점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품 등 생전 정리를 도와주는 업체들은 물론 임대주택에 홀로 사는 노인이 사망할 경우 이들의 유품 정리 등으로 세입자를 바로 구하기 어려운 집주인의 손실을 보상하는 고독사보험도 지난해 출시됐다. 장례식에 사용할 영상물을 촬영해 두거나 공원묘지나 수목원 등을 견학하는 슈카쓰 투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디지털 슈카쓰’를 겨냥한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 복구 업체인 디지털솔루션은 지난해 9월 디지털 유품 복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유언을 담은 스마트폰 동영상을 상속 증거로 사용하고 싶다” 등의 이유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데이터 복원을 요청하는 유족들이 늘어나면서다.

장의업체인 어번휴네스는 디지털 유품 관리를 위한 앱을 제공하고 있다. 생전에 은행 아이디와 패스워드, 가업 승계와 관련한 자료를 저장해 두고 이를 열어볼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할 수 있다. 향후 유족이 장의사에 사망진단서를 제출하면 앱 안에 보관된 파일을 열어 볼 수 있도록 한다. 장례식용 동영상을 다루는 아스카네트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부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일로 장례 일정을 알리고 QR코드를 통해 참석 여부에 대한 회신을 받는다.

유리소우는 장례회사와 사찰의 승려들과 제휴해 온라인상에서 장례식을 집전하고 법문을 읽어줄 승려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승려의 법문 독경을 들으면서 생전에 가족들과 상의해 자신의 장례식을 주관할 승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공지능(AI) 스피커 클로바가 이용자의 기분에 맞춰 승려의 ‘3분 법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도쿄에서 열린 슈카쓰 관련 엔딩산업전에는 승려가 아닌 로봇 ‘페퍼’가 경전을 읽고 장례를 집전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일본의 연간 사망자는 지난해 134만명을 넘어섰고 2040년에는 16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장례 시장규모는 약 4조엔(40조원)이지만 아직까진 전통적인 장례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사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장례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상주들의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관련 업계에도 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장례식을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치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미래 슈카쓰 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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