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업 종사자(딜러) A(27)씨는 지난 2013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통사고를 25차례나 내고 1억여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그는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외제차나 고급 차량으로 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미수선수리비’로 3,900만원을 챙겼다. 이런 차량들은 고장이 났을 때 보험사가 직접 수리하는 대신 현금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는 또 탑승 인원수에 비례해 대인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옆자리에 지인을 일부러 태우기도 했다. A씨는 차선 변경 차량과 접촉 사고를 19건이나 내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차선 변경 차량이나 교차로 진행 차량과 사고가 났을 때는 통상 쌍방 과실로 처리돼 보험 사기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금융감독원은 30일 A씨처럼 중고차를 사들인 뒤 고의로 사고를 내 보험금을 편취한 중고차 딜러와 동승자 등 18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5년간 224건의 고의 사고 등을 통해 챙긴 보험금은 무려 12억원이나 됐다.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들은 외제차나 고급 중ㆍ대형차로 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미수선수리비를 받아 챙기는 수법을 썼다. 사고 1건에 최고 1,400만원의 미수선수리비가 현금으로 지급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또 차량을 매매하기 쉬운 중고차 딜러의 업무 특성을 활용해 중고 차량으로 가입기간이 짧은 단기 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로 사고를 내 다시 차량을 바꾸는 방식을 활용했다. 적발된 사고 중 절반 이상인 126건은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동승자를 태웠다.
금감원은 최근 중고차 딜러가 지인들과 공모해 고의로 사고를 낸다는 보고가 접수되자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노려 고의 접촉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챙긴 전ㆍ현직 중고차 딜러 10명이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2016년 7월에는 가족, 지인과 고의 사고를 공모한 전직 중고차딜러와 공모자 등 2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통해 보험사기 조사ㆍ적발 활동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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