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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세훈 “평화주의자를 자처할수록 평화를 위해 더 투자하고 개발하고 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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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세훈 “평화주의자를 자처할수록 평화를 위해 더 투자하고 개발하고 무장해야”

입력
2018.10.01 04:40
수정
2018.10.03 10:5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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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대캠퍼스 연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대캠퍼스 연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평화주의자를 자처할수록 평화를 위해 더 투자하고 개발하고 무장해야 한다”며 “북핵 폐기를 위해 이런 문제의식이 없어 우려된다”고 정면 비판했다. 현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이런 구호를 들으면 누구나 가슴이 뛰지만, 기업을 키우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거스른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적폐청산에 대해선 “지지하던 국민들도 지나치게 장기화 돼 정치보복적 측면으로 국민통합에 역행한다고 보기 시작했다”고 각을 세웠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17일과 27일 고려대 석좌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인사들이 참여하는 보수대통합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며 “저도 그전대를 꾸리는 데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고심하고 있는 흔적이 엿보였다. 그의 고민 속에서는 자유한국당 입당 및 당권도전을 통한 정계복귀 가능성도 느껴졌다. 무주공산인 보수진영 내 잠룡들의 보폭이 빨라지는 가운데 오 전 시장으로부터 보수의 미래와 본인의 향후 행보를 들어봤다.

_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차기 주자 중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으로 일궈온 정책적인 경륜을 사장시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바닥에 깔려 있다고 본다. 덧붙여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좀 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리더의 비판을 필요로 하는 보수층의 니즈가 반영된 것 아니겠는가.”

_친박계 의원들이 황 전 총리를 만나 내년 전당대회 출마를 요청했다고 한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권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긍정적인 면만 보고 싶다. 굉장히 차분하고 안정감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지닌 분이다. 그런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여러 유형의 리더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당이 만들어질 때 좌파 진영의 고집스러운 노선에 견제와 균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_정치는 타이밍인데 어느 시점에 복귀를 고려하고 있는가.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다. 1년 전의 오세훈과 지금의 오세훈은 전혀 다른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갈고 닦는 중이다. 그 고민의 시간을 지금 보내고 있고 보시면 된다.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해서는 주변의 여러 얘기를 두루 듣고 있다. ”

_문 대통령의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치하고 있는 상대와 겨뤄서 이길 수 있을 때, 최소한 상응하는 타격을 줄 능력을 갖출 때, 주변국과 평화가 담보되는 것이다. 평화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쪽일수록 평화를 위해 더 투자하고 개발하고 무장해야 한다. 북핵 폐기를 위해서도 이런 문제 의식이 터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평양공동선언을 보면 그런 문제 의식이 있는지 우려가 된다. 우리만 과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돌아볼 때다.”

_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을 때 무릎을 쳤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거 구호다. 설마 임기 중반까지 밀어 붙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이런 구호를 들으면 유권자 누구나 가슴이 뛴다. 하지만 경제정책 측면에서 보면 시장의 기본 운영 원리를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자유시장경제 작동의 핵심인 기업의 투자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이를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공정하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_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을 어떻게 보나.

“지나치게 장기화 되고 있다. 여기에 보수 진영 인사들에 대한 정치 보복적 측면까지 노출하면서 국민통합에 역행한다고 본다. 이제 미래를 보고 국민의 역량을 통합할 계기를 마련해야 할 때다. 스스로 ‘신적폐’를 쌓고 있는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_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당초 공언한 것보다 일찍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적 청산은 선거 전에 이뤄진다. 선거가 아닌데 출당 형태로 인적쇄신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당과의 숫자싸움에서 전략적 차질만 발생한다. 하지만 김병준 위원장이 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_최근 귀국한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났는데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대에 나오는 것 자체는 모순되는 행보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전대 출마 자격까지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된다. 모순되는 행보에 대해 국민과 당원이 어떻게 평가하는 지 전대를 통해 평가 받는 게 맞다.”

_보수의 리더로 다시 서기 위해선 몰락 과정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것 아닌가.

“박근혜 정권도 그렇고 모든 정권들이 몰락하는데 공통 원인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고집스러운 행태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정부도 소위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사람들을 통해 청와대 내부는 물론 심지어 장차관을 비롯한 행정부와 이런 행태를 보인 것 아닌가.”

_그 과정에서 오 전 시장도 바른정당에 몸담았다가 탈당하면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솔직히 고백하면 당시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정당을 창당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선주자로 나섰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 중도하차 하면서 갈 길을 잃었다. 거기에 동참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후회하는 입장이다. 다만 실패를 앞으로 정치 행보에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_미래를 위한 어떤 구상을 준비중인가.

“빈부격차가 날로 커지고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 통합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저는 공생연구소를 통해 사회유동성 증진방안을 구상 중이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모든 정책을 평가하는 데 있어 유동성 지표를 만들어 이를 반영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미세조정 된 정책을 정당의 정책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면 보수정당도 다시 중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_범여권 차기 주자 중 박원순 서울시장이 1위에 올랐다.

“일단 축하 드린다. 하지만 최근 박 시장의 행보를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강북 균형발전 측면에서 제가 시작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사업 등을 박 시장이 7년 전 취임 직후 토목 사업이라고 다 중단하거나 백지화하고 축소했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슬금슬금 시작한 게 대부분 토목사업이다. 박 시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늦춰진 강북 발전 등에 대한 자기 고백도 없이 강남북균형발전을 얘기하는 데 어이가 없을 뿐이다.”

_7년 전 오 전 시장을 퇴장시킨 게 무상급식 주민투표였는데.

“어떤 나라든 포퓰리즘 단계를 잘 극복하면 발전하고, 이것에 발목이 잡히면 민주화가 어긋난 길로 들어선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공통적 견해다. 그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 제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제안한 것이다. 저는 당시 상위 30%까지 양보했다. 만약 당시 투표함을 열 수 있었다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지금까지 각종 복지정책에 있어 바람직한 기준이 설정됐을 것으로 본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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