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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미 연락사무소’ 제안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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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미 연락사무소’ 제안 실현 가능성은?

입력
2018.09.29 11:00
수정
2018.09.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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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실상 대사관’이라고 불리는 연락사무소 설치가 적대관계가 청산되지 않은 북미 사이에 과연 실현될 수 있는 일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북미 연락사무소’를 제안하면서 가능성이 타진되는 분위기다. 남북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상시 소통 체제를 갖췄듯 북미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발상인데, 두 정상의 결단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연락사무소는 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의 상응 조치 중 하나로 언급한 사안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상응 조치로 단계별 제재 완화를 제안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등을 거론한 뒤, 마지막으로 “영변 핵기지를 폐기하게 되면 미국 측에 장기간의 참관이 필요할 텐데 그 참관을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답했다. 5, 8월 한 차례씩 북미 간의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이 무산되면서 비핵화 협상 교착이 장기화했던 선례가 반복되는 일을 막으려면 양측의 지속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 연락사무소 구상은 미 전직 관료들의 입을 통해서도 여러 번 제기됐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중순 ‘북미가 실망의 사이클을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라는 제목의 미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북미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문제 탓에 ‘위기의 사이클’로 빠져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 과정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북미가 평양과 워싱턴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두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 비핵화ㆍ평화체제 협상 국면 전인 지난해 6월에는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연락사무소와 기능이 유사한 이익대표부의 평양ㆍ워싱턴 상호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에 기술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방증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경우 개소 준비 과정에서 직면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 논란을 우리 정부가 ▲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대화 촉진을 위한 기구이고 ▲북한 비핵화라는 대북제재의 목적에 기여하는 활동인 데다 ▲운영 물자도 북한의 경제적 이익이 아닌 우리 측 인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로 정면 돌파한 바 있다. 남북연락사무소가 무사히 개소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현행 제재 및 국제법상 장애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미국은 과거 적성 국가였던 중국ㆍ베트남ㆍ쿠바와도 연락사무소나 이익대표부를 열어 수교 발판을 마련했다. 조셉 윤 전 대표는 “1973년 베이징 연락사무소와 1993년 하노이 연락사무소는 제재 해제부터 실종자ㆍ전쟁포로 유해 발굴, 정치ㆍ경제ㆍ문화적 관계 확대까지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쿠바와는 단교 중이던 1977년부터 국교정상화가 된 2015년까지 40년 가까이 아바나와 워싱턴에 상호 이익대표부를 운영했다. 반면 1994년 제네바 합의에 포함됐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는 2003년 합의 파기 때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실제 설치 합의가 이행되려면 북측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거라는 확실한 믿음을 미국 정부에 줘야 할 듯하다. 특히 평양과 워싱턴 상호 설치의 경우 정치ㆍ외교적 비용이 상당한 만큼 최소한 영변 핵시설 폐기 로드맵이 확정된 다음에나 가능할 거라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친서를 격찬하며 했던 “나는 그가 진짜 이것(핵 보유)을 끝내길 원한다고 믿는다”는 말 등을 감안하면 성사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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