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도박 여부를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만취 상태에서 고향 후배를 둔기로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52)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조씨는 3월 15일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구 한 식당 앞 주차장 사무실에서 중학교 후배 A씨를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는 사건 전날 오후부터 A씨를 포함한 고향 선ㆍ후배들과 술을 마시며 도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A씨가 사기도박을 한다는 의심을 했다.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사건 당일 오전까지 술을 마시면서도 조씨와 A씨 사이에 도박 얘기가 나오면 언성이 높아졌다. 결국 다른 일행이 돌아간 뒤, 남은 두 사람이 식당을 나설 때 A씨가 조씨에게 “한판 붙자”“자신 없느냐”등 얘기를 하면서 본격적인 싸움으로 번졌다. 둘은 도박 장소였던 한 사무실로 향했고, 사무실 안에서 A씨가 갑자기 아령을 들고 휘두르자 조씨는 아령을 빼앗아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조씨 측은 재판에서 “A씨는 조씨를 사무실로 유인할 의도로 도발했고 아령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공격했다”며 “A씨 행위는 충분히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공격임이 분명하며 조 씨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반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된 아령은 총 무게가 9㎏으로 상당히 무겁고 길이가 30㎝에 이른다”며 “이런 아령을 휘두르면 상대방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압해 자신보다 아래에 둔 다음에도 공격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해를 가할 고의만 있었다면 이미 제압된 피해자를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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