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젤 엔진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일 브랜드들의 디젤 엔진을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독일 디젤 엔진의 만족감도 상당한 편이지만 이와 함께 꼭 거론해야 할 또 다른 존재들이 있다. 소형 부분에서는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PSA의 블루HDI 디젤 엔진을 빼놓을 수 없으며 중형 엔진에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에서 활용되는 인제니움 디젤 엔진 등이 그 주인공이다.
2018년 9월, 인제니움 디젤 엔진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재규어의 첫 번째 SUV, F-페이스 3.0d S(이하 F-페이스 S)를 만나게 되었다. 과연 재규어 F-페이스 S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까?

재규어의 첫 번째 크로스오버
재규어 F-페이스 S를 포함한 F-페이스는 재규어의 첫 번째 크로스오버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재규어는 F-페이스의 데뷔 이후 유려한 쿠페, 그리고 세단을 연이어 선보이던 브랜드의 체질 개선을 통해 더 많고 넓은 소비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확장의 선구자인 재규어 F-페이스는 누가 보더라도 탄탄하고 날렵한 ‘최신 재규어’ 고유의 비례와 중형 SUV로서 합당한 체격을 갖췄다. 그리고 외관 곳곳에 재규어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디자인 요소들을 대거 적용하여 누가보더라도 '재규어의 디자인'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디자인에서는 차체 대비 지나치게 날렵하게 구성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등과 같이 SUV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스포츠 세단, 쿠페 만을 위한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작위적인 느낌'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F-페이스 S는 다른 경쟁자 혹은 재규어 내부에서도 매력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가치를 자랑한다.
특히 특유의 날렵한 보닛에서 시작되어 A필러와 루프, 그리고 C 필러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의 유려함은 라인이랴 말로 재규어 디자인의 진정한 매력 중 하나라 생각될 정도로 이상적이다. 게다가 네 바퀴에 자리한 투톤 알로이 휠과 그 속의 붉은 브레이크 캘리퍼 역시 차량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시각적인 만족감을 대폭 끌어 올렸다.

프리미엄 크로스오버의 공간
재규어 F-페이스의 실내 디자인은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냈다. 그리고 프리미엄 크로스오버가 갖춰야 할 공간의 여유, 만족감도 충분히 확보했다. 먼저 대시보드, 시트, 센터터널 등에 고급스러운 가죽과 또 정성껏 작업한 스티치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느낌도 살렸다.
깔끔한 구성의 디스플레이 패널의 인터페이스 구성은 직관적인 터치 인터페이스를 반영하고,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인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더하며 프리미엄 크로스오버의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낸다. 세세하게 살펴보기 전까지는 모든 게 다 '절묘한 조합'처럼 느껴진다.

납득할 수 있는 공간을 자랑하는 F-페이스 S
매력적인 구성에 이어 공간의 여유 또한 매력적이다. 먼저 1열의 공간에는 스티치를 꼼꼼히 새기고, 시각적으로 만족감이 대단한 진득한 브라운 컬러의 가죽을 사용한 시트는 풍성한 쿠션을 통해 우수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시각적으로는 조금 좁아 보이지만 막상 시트에 몸을 맡기면 레그룸이나 헤드룸은 체격이 큰 운전자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2열 시트의 느낌은 다소 단단한 편이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돋보인다. 다만 헤드룸이나 레그룸이 살짝 답답히 느껴지는 것은 또 하나의 아쉬움이다.

재규어 F-페이스 S의 적재 공간은 508L로 체급을 고려하면 준수한 편이다. 여기에 상단 부분까지 포함하더라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고성능, 다이내믹 SUV를 추구하는 F-페이스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적재공간도 충분히 성의가 느껴진다. 한편 2열 시트를 폴딩할 경우 1,596L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하나로 담은 F-페이스 S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고 출력 300마력과 71.6kg.m의 토크를 자랑하는 인제니움 V6 3.0L 터보 디젤 엔진은 재규어를 비롯해 랜드로버의 다양한 차량에 적용되어 시장에 공급되고 있고 또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부드럽고 기민한 출력 전개를 최고의 무기로 드러난다. 실제 주행을 하는 내내 조금 둔한 사람이라면 '가솔린 엔진'이라고 느낄 정도로 부드럽고 정숙한 매력을 드러낸다. 특히 두터운 토크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부드럽게 전개되는 가속력이나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 순간 전개되는 출력의 발산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디젤 엔진 이상의 감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변속기 본연의 역할인 변속의 속도나 변속 시의 체결감 등 무엇 하나 흠잡을 것이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F-페이스 S의 주행에 가치를 더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한 패들시프트의 사용성이 다소 아쉬우며 또 저속 구간에서는 간혹 튕기는 듯한 현상이 옥의 티로 드러난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이 다소 무겁다는 건 분명 큰 아쉬움이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은 물론이고 도심 및 주차 상황에서의 성인 남성조차도 부담이 느껴질 정도로 무겁기 떄문에 주행을 하는 과정에서 시종일관 부담감과 난감함을 느끼게 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이건 무거운 스티어링 휠의 감각만 이겨낼 수 있다면 정말 뛰어난 질감의 스티어링 휠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조향의 감각이 정말 뛰어나며 노면에서 올라오는 주행 정보 역시 무척이나 만족스러워 여느 중형 SUV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F-페이스 S와 함께 주행을 하면 할수록 머리 속에서 '크로스오버'라는 차량의 플랫폼을 잊게 된다.
그저 재규어 특유의 ‘재규어만의 스포츠카 브랜드 고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움직임’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다른 재규어들과 같이 어느 정도 부드러운 초반 움직임을 앞세우고 그 뒤에 견고한 차체를 기반으로 움직임을 연출한다. 이를 통해 과도할 정도로 긴장감을 조장하는 독일의 경쟁 모델보다 더 포용력 넘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주행 초반 느껴지는 부드러운 주행감에 주행 성능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막상 스티어링 휠을 쥐고 코너를 파고들면 중형 SUV가 구현할 수 있는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경쾌하고 민첩한 회두성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SUV에게 기대하는 여유로운 드라이빙 보다는 어느 정도 과감한 진입으로 코너를 파고드는 지방 교외의 산길을 달리는 즐거움을 기대하게 만들어 시승 내내 주행의 무대가 된 자유로아 너무 좁고, 단조롭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납득할 수 있는 F-페이스의 효율성
인제니움 디젤 엔진에 대한 호평은 효율성에서도 이어진다. 실제 재규어 F-페이스 3.0d S로 자유로를 달리며 구간 효율성을 측정해보았는데 50.2km의 거리를 89km/h의 평균 속도로 달렸을 때 5.9L/100km의 평균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를 환산할 떄에는 리터 당 16.9km로 아주 뛰어난 수치는 아니지만 F-페이스 3.0d S가 갖고 있는 300마력이라는 걸출한 출력,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뛰어난 주행 성능까지 고려한다면 '출력과 효율성'을 모두 만족시킨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주행이 매력적인 크로스오버, 재규어 F-페이스 S
재규어 F-페이스 S는 부드러운 주행 감성과 여유를 더하는 차량이지만 그 어떤 차량보다도 높은 주행 완성도를 통해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 덕에 여느 브랜드들처럼 SUV를 만들며 ‘정체성을 잃어 버린 건 아니다’라는 비난을 받을 이유를 하나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주행을 즐기며 색다르면서도 괜찮은 프리미엄 SUV를 찾는 이라면 F-페이스 S도좋은 선택일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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