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가 다음달 제주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함선에 욱일승천기를 내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 해군의 ‘욱일기 자제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실제로 이를 강행할 경우 커다란 파장이 일 전망이다.
28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해상자위대 군함의 욱일기 게양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국내법에 입각해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욱일기는) 태양을 본뜬 것으로, 풍어와 출산, 명절을 기념하는 깃발”이라면서 “자위대법 등 국내 법령에 (욱일기 게양이) 의무화돼 있는 만큼 당연히 걸게 된다”고 밝혔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954년 발족 당시부터 자위함 깃발로 욱일기를 채택했다.
사실 이 같은 일본의 ‘욱일기 강행’ 방침은 어느 정도 예상되던 일이었다. 앞서 한국 해군은 최근 일본 등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참가국들에 공문을 보내 ‘사열 참가 함선에는 자국 국기와 (주최국의 국기인) 태극기만을 달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사실상 일본 해상자위대에 우회적으로 일본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의 상징인 욱일기를 게양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국 해군은 전날에도 “욱일기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감이 크다는 점을 감안, 욱일기 게양 자제를 일본 측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반발 입장을 거듭해서 피력해 왔다. 일본 방위성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요청에 대해 아사히신문에 “비상식적인 요구”라며 “욱일기를 내리는 것이 조건이라면 불참도 검토할 것이다. (요구를) 듣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도 “일본의 자위함기는 다른 나라의 군함기와 같이 자위함을 민간 선박과 구별하는 국제법상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의 바다, 세계 평화를 품다!’를 주제로 내달 10~14일 제주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이번 관함식에는 미국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 14개국 21척의 외국 군함과 45개국의 대표단, 1만명 이상의 외국 해군 장병이 참여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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