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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술실 CCTV

입력
2018.09.30 16: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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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경찰서는 최근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환자를 뇌사 상태에 빠뜨린 정형외과 의사를 검거했다. 폐쇄적 공간인 수술실에서 대리수술이나 성추행 등 불법 의료행위가 끊이지 않자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부산 영도경찰서는 최근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환자를 뇌사 상태에 빠뜨린 정형외과 의사를 검거했다. 폐쇄적 공간인 수술실에서 대리수술이나 성추행 등 불법 의료행위가 끊이지 않자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4년 말 수술실 사진이 유출돼 큰 파문이 일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곁에 두고 생일파티를 하는 장면이었다. 이 병원 간호조무사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는 가슴 보형물로 장난을 치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같은 해 여름 경남 김해의 한 정형외과에선 간호조무사가 840차례 대리수술을 해오다 적발됐다. 이를 계기로 2015년 초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의료계는 환자 사생활 침해와 진료 위축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했고 법안은 폐기됐다.

▦ 최근 대리수술 사건이 잇따르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2022년까지 고화질 CCTV 7,000여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에 토론도 제안했다.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이다. 마취로 의식을 잃은 환자가 수술 과정의 성추행이나 대리수술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인권침해 행위라며 반발한다. 여성 환자의 내밀한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고, 촬영을 의식한 의사의 집중력이 떨어져 수술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대리수술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수익성 위주로 운영되는 병원 구조 탓이다. 의사는 고임금 전문직이다. 병원은 수술과 특진을 많이 하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의사 입장에선 한 번에 서너 개 수술실을 돌거나 간호사 등이 대리수술을 해주면 이익이다. 대학병원 유명 교수가 후배 의사에게 대리수술을 시키고 특진으로 돈을 챙기는 사례가 빈발하는 배경이다. 개원의도 의료기기 영업사원 등 무자격자에게 수술을 맡기고 그 시간에 환자를 진료하면 추가 수입이 생긴다.

▦ 미국에선 환자 동의를 받지 않는 사람의 대리수술을 살인미수에 준하는 중대 범죄로 처벌한다. 의료사고 분쟁 등에 대비해 수술 장면을 녹화하는 병원도 많다. 우리 의료법에는 대리수술 처벌 근거가 없다. 대리수술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한국 의료계의 고질적 병폐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소비자단체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근절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합리적 수준의 CCTV 도입 방안 외에도 내부 고발 포상제, 불법의사 영구 퇴출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의사 프라이버시가 환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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