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비판으로 중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처한 위기를 떠넘기고, 또 다른 글로벌 강대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중국을 비난한다는 것이다.
28일 니펑(倪峰)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실패한 대중(對中) 정책으로 매우 화가 난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세 부과와 대만 문제, 중국 군부 제재 등 미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에 중국이 계속 보복에 나서고, 대미 협상도 거절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상황이 아니며, 이게 바로 그가 분노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색이 짙은 미국의 국내 정치상황과 연계시킨 분석도 있다. 같은 연구소 소속 댜오다밍(刁大明) 부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려 애쓰고 있는데, 중국을 비난하는 건 좋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미국인의 이익을 훼손하는 무역전쟁을 시작한 건 트럼프 대통령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인들이 비난할 대상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적반하장’격이라며 비꼬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 사용자는 웨이보에 “우리는 수십년간 미국의 내정 간섭에 불평해 왔다. 드디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됐다!”고 썼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의도가 무엇이든, 미국이 중국의 국력 신장을 억누르려 한다는 관념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견제뿐 아니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물타기’까지 함께 노린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와 트럼프 대선캠프 간 공모 의혹 수사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키려 한다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을 주장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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