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행(65)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원행 스님은 은처자 의혹 등으로 총무원장에서 퇴진한 설정 스님의 뒤를 이어 종단을 이끈다. 그는 종단의 극심한 내홍을 봉합해야 하는 무겁고도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2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총무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원행 스님은 선거인단 318명 중 235표(73.8%)를 얻어 선출됐다. 다른 총무원장 후보 3명은 자승 스님을 위시한 종단 주류가 원행 스님을 노골적으로 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26일 후보에서 사퇴했다. 사실상 반쪽 선거에서 승리한 새 총무원장의 정당성 문제도 두고두고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4년인 총무원장 임기는 당선 직후 시작됐다. 다음 달 2일 조계종 원로회의에서 형식적 인준을 받는 절차만 남았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종단을 대표하고 종무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로, 주요 사찰 예산 승인권과 사찰 주지 임면권을 비롯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1953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원행 스님은 1973년 출가했다. 혜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고,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금산사 주지, 11~13대와 16대 중앙종회의원, 중앙종회 의장,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종단에서 행정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원행 스님은 당선 직후 총무부장과 기획실장을 임명하는 등 새 집행부를 꾸려 종단 안정화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새 집행부는 험로를 마주하고 있다. 설정 스님 퇴진 과정에서 불 붙은 종단 갈등을 수습하는 건 난제 중의 난제다. 종단 혁신도 중대한 과제다. 원행 스님은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가자와 불자 수는 감소하고 있고 불교의 사회적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며 “승가 복지, 종단 화합, 사회적 책임 등을 이뤄 새로운 불교의 모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종단에 소통과화합위원회를 만들어 어떤 의견이라도 총무원이 먼저 듣도록 하겠다”며 “나부터 열린 자세로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계 재야단체인 불교개혁행동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선거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영국 불교개혁운동 상임공동대표는 “원행 스님을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임기는 시작됐지만 다음달 2일 원로회의에서 인준 거부를 요청해 물러나게 할 것”이라고 별렀다. 원행 스님은 “대중이 참여해 결정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일축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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