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의사’ 봉중근(38ㆍLG)이 은퇴식을 갖고 21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봉중근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KIA 간 맞대결에 앞서 열린 은퇴식에서 팬 사인회와 시구를 했다.
그는 1997년 신일고 재학 중 미국 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 2004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7승을 올렸다. 200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후 총 321경기에 등판해 55승 46패 2홀드 109세이브를 올리며 10년 동안 LG 마운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2016년 10월 4일 삼성전(4이닝 1실점)을 끝으로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올해 7월 실전 연습투구까지 마친 뒤 재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통증이 재발한 뒤 은퇴를 결심했다. 봉중근은 “매일 하던 웨이트 훈련이 힘들어지고, 마운드에서 공 뿌리기가 두려워졌다”면서 “나이가 많아서인지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재활에는 자신 있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은퇴 결심 후 ‘절친’이자 후배 류현진(31ㆍLA다저스)과도 통화했는데 류현진은 “더 던져보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봉중근은 “한 타자라도 상대하고 은퇴하라고 말하는데 울컥했다”면서 “선ㆍ후배를 떠나 진심을 다해 조언해 준 현진이가 고마웠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3년 10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두산전을 꼽았다. 당시 LG는 두산에 2-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2위를 확정했고, 선발 리즈(8이닝 무실점)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은 1이닝 동안 완벽 투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봉중근은 “그때 모든 선수단이 울었다”면서 “우리가 우승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2009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던 WBC 1라운드 순위결정전 일본전도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LG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얻은 별명이 많다.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아 붙여진 ‘봉 크라이’, 2007년 삼성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메존의 인터뷰에서 비롯된 ‘봉미미’도 있다. 그중에서도 ‘봉의사’를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으로 꼽았다. 2009년 WBC 일본전에서 맹활약한 덕에 붙여진 별명이다. 봉중근은 “야구 선수에게 별명이 있다는 것 자체가 관심을 받는다는 뜻”이라며 “봉미미라는 별명도 좋다. 나쁜 별명이라도 팬들에게 감사할 일”이라고 했다.
한편, 봉중근은 이날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선수 멘토로 활동할 예정이다. 봉중근은 “지난 2년간 고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면서 “선수들과 오랜만에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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