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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을버섯 축제

입력
2018.09.28 18: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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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해 송이버섯 선물을 한 소식이 새삼 계절을 일깨운다. 봄꽃은 남에서 북으로 피어 올라가지만, 가을버섯은 북에서 남으로 돋아 내려온다.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에 따르면 송이는 땅 속 5㎝ 깊이 온도가 사흘 연속 평균 19.5도 이하인 ‘저온자극’이 있은 후 약 16일 뒤 발생한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저온자극이 앞서는 북쪽에서 먼저 송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남한에서도 지난 18일 강원 인제에서 올해 첫 송이 공판이 진행됐지만, 본격 출하는 추석을 쇤 이제부터 시작이다.

▦ 송이가 날 때면 생장조건이 비슷한 온갖 버섯들도 다투어 돋아난다. 그래서 태백ㆍ차령ㆍ소백산맥 자락의 전국 산동네들은 일제히 가을버섯 축제를 맞는다. 그중 십여 년 전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근년 들어 선호도가 크게 높아져 ‘금값’이 된 능이버섯도 축제의 당당한 주연이다. 솔잎이 덮인 땅에서 돋아나는 송이가 아득한 소나무향을 머금었다면, 음습한 계곡 참나무 고목에 기생하는 능이는 “일(1등) 능이, 이(2등) 송이, 삼(3등) 표고”라는 세평을 뒷받침하듯 깊고 은성한 풍미가 뛰어나다.

▦ 요즘엔 워낙 재배를 많이 하지만 제철에 야생에서 채취한 가을 표고도 송이 능이 등과 어깨를 견줄만한 상품이다. 또한 바닷속 산호초처럼 생긴 싸리버섯은 독이 있어 데친 후 쌀뜨물 같은 데에 하루 정도 담가 우려낸 뒤 써야 하는 민감한 재료지만, 제육볶음 등에 적당량을 넣고 함께 요리하면 탁월한 향과 질감으로 잡내를 없애고 풍미를 더해 고기요리를 일품으로 완성한다. 이밖에 느타리버섯이나 밤버섯, 밀버섯 등 이맘 때쯤 입맛을 돋우는 가을버섯의 이름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 하지만 축제는 금방 끝난다. 송이만 해도 발생 후 지온 평균이 사흘 이상 21도 넘게 오르거나, 14도 아래로 떨어지면 버섯 자체가 자라지 못한다. 그러니 축제의 절정은 기껏 2주 내외이며, 능이나 싸리는 불과 1주일이 고작이다. 특히 그 짧은 기간의 버섯 생육조차 하루 이틀 사이의 기온과 습도, 일조량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지니, 풍년이니 뭐니 버섯 작황을 섣불리 떠드는 것도 부질없다. 제철 버섯 얻기가 이처럼 쉽지 않으니, 이번에 북한산 송이 전해 받은 이산가족들, 아쉬움 달랠 만큼 맛있는 추석 보내셨기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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