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국군의날 70주년 기념 행사의 내용과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60주년, 65주년 등 이른바 정주년에 해왔던 대규모 열병식 대신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와 걸그룹 등 인기 연예인들의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시간대 역시 낮에서 밤으로 이동했다. 과거 기념식이 우리 군의 대북 억제력 과시에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군 장병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반도 대화 국면이라는 정치적 배경 탓에 국군의날 행사가 가벼워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이번 행사에 싸이가 공연을 하고 걸그룹 축하공연도 예정돼 있다. 걸그룹은 지금 섭외 중”이라고 밝혔다. 국군의날 행사 식전 혹은 식후 행사 때 연예인이 출연한 적은 있지만, 본행사 때 연예인 축하공연 순서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기념 비행도 국군의날 행사에서는 처음으로 펼쳐진다.
항상 낮 시간대 진행해 왔던 것과 달리 올해 기념식은 식전행사를 포함해 오후 5시 30분부터 2시간 20분간 진행된다. 예포 발사와 블랙이글스의 비행을 시작으로 태권도 시범, 드론봇 시연이 있고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정주년 기념일에 해왔던 열병식은 이번 기념식에선 빠진다. 군은 50주년(1998년) 기념일엔 성남 서울공항에서 특전부대 집단 강하 등을 한 뒤 도심 시가행진을 벌였고, 60주년(2008년)에는 서울 테헤란로 일대에서 24종 86대의 장비를 등장시킨 군사 퍼레이드를 했다. 65주년(2013년)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군사장비를 동원해 시가행진을 벌였으나 이번 70주년 행사에선 열병식을 하지 않는 쪽으로 일찌감치 교통정리가 됐다. 열병식에 참가하는 장병들의 피로도가 큰 만큼 이번 기념식은 장병들이 스스로 축하하고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만들자는 뜻에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남북 간 대화 국면을 의식해 열병식을 빼면서 국군의날 본래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예년보다 조용하게 치르긴 했지만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9ㆍ9절)에 열병식을 한 것과도 비교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국가와 국민 보위의 최후 보루인 군이 70년간 얼마만큼 성장해왔는지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자리가 국군의날”이라며 “이런 취지를 살려서 남북 간 대화 국면과는 무관하게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장병들을 위로한다는 의미에서 한번쯤 축제 같은 기념식을 치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군이 주인공이어야 할 날에 매번 연예인 등장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역시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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