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펭귄에 관한 이야기다. 펭귄은 눈에 확연히 띄는 귀여운 생김새와 몸짓으로 아이들의 슈퍼영웅이 되고 동물원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펭귄을 잘 알지 못한다. 펭귄의 암수 구별은 어떻게 하는지, 펭귄은 얼마나 사는지, 펭귄은 새끼를 어떻게 키우는지, 펭귄은 뭘 먹는지, 펭귄은 조류인지 포유류인지도 쉽게 답하기 어렵다.
저자인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4년 11월부터 남극에서 펭귄과 동고동락하며 관찰해온 펭귄의 진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펭귄을 연구하기 위해 눈치를 살피며 펭귄의 등과 머리에 14g의 작은 카메라와 장비를 붙이고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혹한을 견디며 고대하는 저자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책에는 가장 가까이에서 펭귄을 만난 저자의 생생한 감정과 고민이 함께 담겼다. 저자는 4년간 약 600마리의 펭귄을 관찰했다.
책은 20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펭귄의 습성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펭귄이 남극에서 사는 이유, 동물원에 처음 가게 된 사연, 조류지만 하늘을 날 수 없는 이유, 잘생긴 펭귄과 못생긴 펭귄의 구별법, 펭귄이 돌을 품는 이유, 펭귄이 새끼를 키우는 법, 펭귄이 자신의 짝을 만나고 헤어지는 법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저자가 직접 찍은 다양한 펭귄 사진도 이해를 돕는다. 인간이 만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펭귄은 그저 상상의 동물일 뿐이다. 물범, 도둑갈매기 등 상위 포식자를 피해 알을 제대로 부화시키고, 번식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펭귄의 실제 사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물속을 나는 새
이원영 지음
사이언스북스 발행ㆍ224쪽ㆍ1만5,000원
펭귄의 치열한 일상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의 모습도 반추하게 된다. 저자도 극지의 치열한 환경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동물이 사는 삶이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밝힌다. 결국 저자가 펭귄을 소개하면서 독자에게 건네는 얘기는 자연에 대한 성찰이다. 19세기 중반 유럽의 포경업체들이 고래를 잡으면서 호기심에 펭귄도 함께 잡아 동물원에 데려오면서 시작된 펭귄의 수난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야생 펭귄들조차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에 오염돼 수명이 짧아지고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다. 인간의 이기로 희생된 펭귄의 삶을 연민의 시선에서 담담히 기록한 저자는 이들과 우리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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