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증권사와 카드사를 통해 해외로 연 3만 달러(3,400만원)까지 돈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또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에 외화 여유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의 외화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매장 속에 매장이 있는 이른바 ‘샵인샵’(Shop in Shop) 창업도 훨씬 수월해지고, ‘차도 사람도 아닌’ 전동킥보드에 대한 명확한 운행 기준도 마련된다.
정부는 27일 김동연 부총리 주재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환제도ㆍ감독체계 개선방안’과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을 확정ㆍ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외환제도 개선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일자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장규제 31건에 대한 혁신방안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외환 분야 ‘칸막이’ 없애 경쟁 촉진
지금은 돈을 해외로 보내려면 시중은행이나 일정 요건을 갖춘 비(非)금융권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업체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증권사와 카드사를 통해서도 해외에 돈을 보낼 수 있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주거래 통장으로 쓰는 고객은 굳이 따로 은행계좌를 개설할 필요 없이 CMA 예치금을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증권ㆍ카드사를 통한 해외 송금액수는 건당 3,000달러, 연간 3만 달러 이내로 제한된다.
정부는 이 같은 진입규제 철폐로 해외송금 서비스 경쟁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수수료 절감, 원스톱 서비스 등 소비자 편익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 창구에서 해외로 돈을 송금할 경우 ‘송금은행→중개은행→수취은행’ 등을 거치며 송금액의 4~6%를 수수료로 내야 하고 기간도 평균 2~3일 걸렸다. 지난해 4월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출범하며 시중은행의 해외송금 ‘독점’이 깨졌고 그 해 7월 핀테크업체에도 문호가 열렸다. 카카오뱅크는 수수료를 1만원 이하로 낮춘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추가로 증권ㆍ카드사까지 문호를 확대한 것이다. 최재형 한국금융투자협회 법무지원실 변호사는 “해외펀드를 환매해 이익을 본 투자자가 이 돈을 해외 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낼 경우 은행을 거치지 않고 해당 증권사에서 바로 송금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금사)에게도 외화 발행어음 업무를 허가해주기로 했다. 현재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종금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두 곳이다. 수출대금을 외화로 받은 기업이 향후 수입대금을 결제하기 전까지 이를 단기간 운용하고자 할 경우 지금은 금리가 낮은 외화예금 계좌에 입금하거나 수수료를 내고 원화로 환전해 원화예금 계좌에 넣어둬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 종금사가 발행하는, 비교적 높은 금리의 외화 발행어음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외에서 쇼핑할 때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긁으면 비자(VISA), 마스터(MASTER) 등 해외 카드사에 결제금액의 1%를 국제 브랜드 수수료로 내야 했다. 앞으로는 국내 은행이나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해외 매장에서 앱에 내장된 QR코드, 모바일 선불카드로 수수료 부담 없이 결제할 수 있다. 아울러 귀국길에 잃어버리기 일쑤였던 외화 동전은 공항 무인환전기에서 카드사 포인트 등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피부로 느끼는 현장규제 혁신
실생활과 밀접한 현장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정부는 먼저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전기 에너지로 구동되는 1, 2인용 저속 이동수단)에 대한 명확한 운행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지난해 약 7만5,000대가 판매되며 대중화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모호해 관련 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웠다. 도로법상 퍼스널 모빌리티는 ‘배기량 125㏄ 이하의 이륜자동차 등’에 해당해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이에 따르면 퍼스널 모빌리티가 달릴 수 있는 곳은 차도뿐이다. 하지만 차도에서 이용하려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제조사가 제품의 안전기준 적합성을 인증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이에 정부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안전ㆍ제품ㆍ주행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때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되기도 했던 댄스스포츠(볼룸댄스) 교습소를 정식 학원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무도학원이나 무도장업으로 등록돼 입지 제한이 있었다. 동물원이 음식ㆍ숙박시설 등과 연계한 전문휴양업으로 등록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지금까진 사파리(동물원 내 체험공간) 조성이 필수였으나, 이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최근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규제 완화책도 포함됐다. 현재는 일반음식점ㆍ휴게음식점ㆍ제과점간 복수사업자가 한 공간 안에서 다른 매장을 운영할 때는 벽이나 고정칸막이 등으로 공간을 분리해야 인허가가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시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선으로 공간을 구분하기만 하면 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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