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정은(27)씨가 집 IPTV 리모컨에서 가장 많이 누르는 버튼 중 하나는 ‘빨리감기’ 버튼이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중 피아노 배틀 장면,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에서 두 주인공이 춤추는 장면 등 좋아하는 장면만 골라 반복적으로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영화나 드라마가 시작할 때마다 반복되는 오프닝 부분을 뛰어넘거나, 영화 뒷부분에 숨겨진 쿠키 영상을 빨리 보고 싶을 때도 빨리감기 버튼을 자꾸 누르게 된다”고 말했다.
1분 1초가 아까운 콘텐츠 소비자들을 위해 이제는 인공지능(AI)이 TV방송이나 영화 속에서 원하는 장면을 찾아 바로 보여준다. SK텔레콤은 AI 미디어 추천 기술을 개발 완료해 연내 모바일 앱 옥수수와 IPTV 서비스 Btv에서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이종민 SK텔레콤 미디어기술원장은 “영상 수천 편과 이미지 수백만 장을 AI에 학습시켜 2,500명 이상의 인물을 구분해내거나 50여 가지 상황을 인식한다”면서 “현재 추천 기술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넷플릭스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기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SK텔레콤이 새롭게 공개한 ‘씬 디스커버리’는 얼굴과 음원, 상황인식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특정 장면만 골라 보여주는 기술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재생하면 AI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배우 얼굴을 인식해 해당 배우의 사진을 한쪽 구석에 띄우고, 이를 누르면 그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특정 OST가 시작되는 구간만 재생하거나, ‘키스신’ ‘식사신’ ‘웨딩신’ 등 상황을 구분해 원하는 장면만 골라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라라랜드 중 ‘미아가 춤추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AI는 주인공 미아 역을 맡은 에마 스톤이 등장하는 장면 중 ‘춤추는 장면’만 골라내 이용자에게 제시해준다.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새로운 미디어 소비문화인 ‘빈지 뷰잉’(드라마를 첫 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몰아보는 시청 행태)을 돕는 기능들은 이미 Btv 등에 추가됐다. 드라마가 시작할 때마다 반복되는 오프닝이나 영화 타이틀시퀀스 및 엔딩크레딧을 AI가 자동으로 탐지해 건너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원장은 “고객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 등 글로벌 선두 기업이 제공하는 편리한 기능들을 어느 정도 벤치마킹하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영상인식 및 추천 기술 관련한 다수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어 상용화를 위한 기술 리더십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향후 인물 표정에 기반한 감정 인식, 대사 인식 기술도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한층 더 높여 나갈 계획이다. 이 원장은 “2020년까지 AI를 활용한 미디어-음악-커머스 교차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SK텔레콤의 미디어 기반 사업들과 연계한 로드맵을 차례대로 실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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