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모험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ㆍ김진원 옮김
부키 발행ㆍ432쪽ㆍ2만원
경제학 입문서라 하면 한결 같이 ‘시장’과 ‘경쟁’만 얘기한다. 예일대가 교양서로 내놓은 이 책은 이 경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가령 여성에겐 학위도 주지 않던 시절, 노벨경제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조앤 로빈슨(1903~1983)의 일생을 소개한다. 말년의 과격한 좌경화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섞어서. 종속이론가 안드레 군더 프랑크(1929~2005)도 소개하지만, 동시에 온건했던 아르헨티나 경제학자 라울 프레비시(1901~1986)를 빼먹지 않을뿐더러, 한국을 프레비시 이론의 증거물로 내놓는다. 가정주부를 ‘비생산적인 주부’로 분류하는데 반기를 든, 여성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도 소개한다. 이런 폭넓은 시야 못지 않게 읽는 맛도 좋다. 책을 열면 “지금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당신은 특별한 지위를 누린다고 볼 수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복잡한 수식으로 점철된 경제학은 그 ‘특별한 지위’에 대한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