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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2% 시대, 한국 따라 올리자니 가계빚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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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2% 시대, 한국 따라 올리자니 가계빚 딜레마

입력
2018.09.28 04:40
수정
2018.09.28 09:5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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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부에 출근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에 관한 견해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부에 출근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에 관한 견해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연 2%대로 올라섰다. 3년 넘게 1%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기준금리와의 격차도 11년여 만에 가장 큰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이 ‘나홀로 호황’ 속에 거침없는 금리 인상으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실물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자금 유출, 가계부채 부실 등 금융발 악재가 현실화할 경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0년 만에 2%대 기준금리 회복

한미 기준금리 추이=그래픽 강준구 기자
한미 기준금리 추이=그래픽 강준구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26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연 1.75~2.0%에서 2.0~2.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6월 이후 석 달 만이자 올해 세 번째 금리 인상이다. 이로써 미국은 금리 하단까지 2%대에 진입했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 9월(연 2.0%, 당시는 단일 금리) 이후 꼭 10년 만이다.

이날 공개한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점도표)을 통해 연준은 올해 1차례, 내년 3차례, 내후년 1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대로라면 미국 기준금리는 연내 2%대 중반, 내년 3%대로 진입하게 된다. 연준이 통화 긴축의 고삐를 죄는 이유는 그만큼 미국 경제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FOMC 성명을 통해 “경기는 강한 확장세, 실업률은 낮은 수준, 소비와 투자는 강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하면서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8%에서 3.1%로, 내년 2.4%에서 2.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한국도 ‘자금이탈 안전지대’ 아냐

이번 미국 금리 인상은 일찌감치 예정됐던 터라 27일 금융시장에서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그러나 ‘폭풍 전 고요’와 같은 위기감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겨우 잦아든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달러화가 자국 금리 인상에 힘입어 강세를 되찾을 경우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자산가치 하락→환차손 및 수익성 저하를 우려한 투자자금 유출→통화가치 하락’의 악순환이 재개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은 강한 성장세와 높은 금리를 바탕으로 신흥국 이탈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여느 신흥국보다 우월한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내세웠던 우리 역시 미국과의 금리 차가 이례적으로 벌어지면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양국 기준금리 차가 0.75%포인트로 확대된 것은 2007년 7월 이후 11년 2개월 만이다. 실제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한 올해 3월 이후에도 4월을 제외하고 다달이 10억~30억달러 규모의 순유입을 기록했던 외국인 주식ㆍ채권 투자자금은 이달 들어 34억3,000만달러(3조8,100억원ㆍ13일 기준) 유출됐다. 이 가운데 30억달러는 올 들어 매달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던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갔다. 당국은 국채 만기 물량 상환 등 일시적 요인에 무게를 뒀지만, 내외금리차 확대로 투자수익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재투자(롤오버)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주식시장에선 실물경기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이 악순환을 일으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심각한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선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에서 우리 증시가 그 동안 선방한 것은 기업 실적이 뒷받침된 덕분”이라며 “오히려 미국의 호황과 우리의 경기 부진이 엇갈리는 앞으로가 증시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소폭 금리인상도 부채 상환부담 일파만파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에 신흥국은 앞다퉈 금리를 따라 올리고 있다. 금리 격차를 줄여 외국인 자금 이탈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에만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체코, 아르헨티나 등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당위론이 커지고 있지만,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은 좀처럼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저금리로 풀린 막대한 시중자금을 생각하면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죌 필요가 있지만 금리 인상이 자칫 부진한 경기와 심리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와 늘어나는 한계가구=그래픽 강준구 기자
가계부채 증가와 늘어나는 한계가구=그래픽 강준구 기자

1,5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도 한은이 처한 딜레마다. 금리를 올려 가계빚 증가 속도를 제어할 필요가 있지만, 이미 천문학적 규모로 쌓인 터라 소폭의 금리 인상에도 부채 상환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이면서 금융기관 3곳 이상에 빚을 진 취약차주가 150만명에 달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이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을 통해 국내 대출이자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도 금리 인상에 가담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비은행권 대출과 신용대출, 사업자대출 등 고금리ㆍ변동금리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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