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살기 좋은 곳은 뭔가 남다릅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요인은 자원입니다. 중동은 석유 덕분에 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원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입니다. 앞선 나라일수록 인재가 풍부합니다. 인재 강국이 곧 선진국입니다. 저는 의성도 인재의 고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의성은 뜻밖에 최초란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최초의 업적들은 인재의 활약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우선 목화가 그렇습니다. 문익점 선생이 목화를 이 땅에 들여온 후, 처음으로 대량 재배에 성공한 곳이 의성입니다. 목화는 당시 새롭고 낯선 작물이었습니다. 목화 대량 재배는 미래를 향한 도전이었고, 의성은 그 낯선 일을 한반도에서 최초로 성공시켰습니다. 500여년이 흐른 뒤, 경상도는 한때 대한민국 경제를 선도하던 섬유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의성이 성취했던 목화 대량 재배의 전통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우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의성은 70년대에 벌써 어느 고장보다 앞서서 우수한 한우 종자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저 열심히 키우면 된다는 생각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선구적인 노력 덕분에 지금도 송아지 시장은 의성이 가장 유명합니다. 우수한 종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의성은 바로 얼마 전에도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바로 컬링입니다. 의성 여고 출신 학생들이 방과후활동으로 컬링을 배우기 시작해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을 냈습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보다 의성이 더 유명해질 정도였습니다.
의성 컬링팀은 우연히 탄생한 것이 아닙니다. 선조들의 손재주와 지혜가 컬링에 접목되어서 그 어마어마한 성과를 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컬링 팀의 활약은 의성민의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DNA를 세계에 과시한 사례입니다.
중국의 어느 시인은 ‘물이 깊어도 소용없다. 용이 살아야 신령한 곳’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용은 곧 인재입니다. 자원이 아무리 풍부해도 언젠가는 고갈되고, 시대마다 중요한 자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금덩어리 대접을 받다가 어느 순간 흙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반면 인재는 다릅니다. 인재의 비중이 낮아진 시대는 없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핵심 자원입니다.
안타깝게도 의성은 지금 인구 소멸 위기 지역입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우리가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숨은 용 같은 인재들이 크고 작은 분야에서 도드라진 성과를 내며 지역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온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는 이 지역을 대도시 못잖게 삶의 질이 높은 곳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시골 한 구석에서 어떻게 몸부림을 치든 결과는 시원치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아닙니다. 기적은 일어납니다. 컬링을 보십시오. 의성의 마늘소녀들이 그렇게 주목을 받으리라고 누가 예상을 했습니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의성민의 DNA 속에는 컬링팀처럼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의지와 저력이 숨어있습니다. 눈앞에 닥친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소멸 위기라는 끔찍한 난관이 극복되어 있을 것입니다.
의성은 소멸 위기 탈출에서도 컬링팀처럼 ‘최초’의 타이틀을 확보할 것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의성이 세계에 자랑하고 싶을 만큼 살기 좋은 고장으로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군민 모두 한 마음으로 희망의 미래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의지와 확신이 관건입니다. 그것만 있다면, 선조들이 이룬 빛나는 역사가 머지않아 우리의 미래로 재현될 것입니다.
김주수 의성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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