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S를 타볼 기회가 있었다. 아직 국내 수입 물량이 얼마 되지 않아 지인의 차를 보자마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조수석에 앉아 평소 관심이 있던 자율주행 기능에 주목했다. 오토파일럿(autopilot) 모드로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 특성을 잘 보여 주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운행해 보니 꽤나 만족스러웠다.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운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운전대에서 손을 놓으면 조금 뒤 경보음이 계속 울리기 때문에 테슬라 운전자들은 운전대를 놓고 달릴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냈다.
▦ 운전대에 모래주머니를 묶는 것이다. 모래주머니 무게를 운전자 손 무게로 착각하기 때문에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다. 유튜브에는 오렌지를 운전대에 매달고 달리는 장면도 나온다.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모드에서 졸기도 했으나 자동차가 별 탈없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신기했다. 테슬라의 자율운행 수준은 아직 완성단계에 이르진 못했다. 하지만 꾸준히 보완하면 19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에서 호출을 하면 달려오는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키트(KITT)’가 현실화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테슬라와 구글 등 미국 업체뿐 아니라 각국 자동차업체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에서도 사르트르(SARTREㆍSafe Road Trains for the Environment)라는 프로젝트가 가동된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5년 자율주행 트럭을 아우토반에서 시험 운행했고, 20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2018 국제 상용차 박람회'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최근 경기도 차원에서 자율주행 미니버스 '제로셔틀'이 일반도로에서 시범 운행을 했다. '제로'는 배기가스와 사고가 없다는 의미로 상용화 직전 단계라고 한다.
▦ 그런데 만약 모래주머니를 운전대에 매단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모드로 운행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은 누가 질까. 일단 운전자 책임으로 각종 보험 처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모드에 기술적 결함이 있다며 테슬라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또 사고 발생시 운전자 1명과 보행자 2명 중 희생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토파일럿 모드는 어떤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램밍 되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때까지는 완벽하고 안전한 자율주행의 꿈은 요원해 보인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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