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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입술 고민하다 립 제품 출시…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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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입술 고민하다 립 제품 출시…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입력
2018.09.29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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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7월 카일리 제너를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라고 표현하며 그를 표지모델로 내세웠다. 포브스 제공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7월 카일리 제너를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라고 표현하며 그를 표지모델로 내세웠다. 포브스 제공

‘20대의 카일리 제너는 어떻게 3년도 채 안돼 9억 달러(약 1조원)의 재산을 모았을까?’

지난해 7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모델 겸 방송인 카일리 제너(21)를 표지모델로 내세우며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1997년 8월생인 제너의 자산 규모는 포브스 기사 제목처럼 1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막대한 자산은 운이 좋아 부모에게 상속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궈낸 성과다. 포브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다. 이는 만 23세에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기록도 뛰어넘는 것이다.

 카일리 코스메틱스로 억만장자 등극 

제너를 억만장자로 만든 것은 그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 ‘카일리 코스메틱스’다. 제너는 18세였던 2015년 모델 일을 하며 벌어들인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를 종잣돈 삼아 입술(립) 키트를 만드는 화장품 회사에 투자했다. 당시 그의 이름을 달고 나온 개당 29달러(약 3만2,000원)짜리 ‘립 키트 바이 카일리’는 온라인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지 1분만에 1만5,000세트가 완판됐다.

이를 시작으로 2016년 2월 ‘카일리 코스메틱스’를 정식 출시, 2016년 한 해에만 3억700만 달러(약 3,428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지금도 회사의 대표 상품인 립 제품은 물론 아이섀도우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합리적 가격과 뛰어난 발색력으로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제너는 현재 카일리 코스메틱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7월 기준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8억 달러(약 9,000억원)를 기록했다. 포브스는 제너가 그의 자산 중 나머지 1억 달러(약 1,116억원)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료와 기타 소셜미디어 관련 사업에서 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성장 속도에 뷰티 업계는 깜짝 놀라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전문지 WWD는 “에스티로더의 톰포드 뷰티가 2006년 뷰티 라인을 출시한 뒤 5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는데 10년, 로레알그룹의 랑콤이 1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는데 80년이 걸렸다”며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엄청난 성장을 극찬했다.

카일리 제너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새로운 립 제품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카일리 제너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새로운 립 제품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외모 콤플렉스를 성공의 발판으로 

모델인 제너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외모 콤플렉스 때문이다. 미국 유명 방송인 집안인 ‘카다시안가(家)’의 막내인 제너는 2007년 10월부터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ㆍ이하 카다시안 따라잡기)’에 출연했다. 카다시안 따라잡기는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어머니 크리스 제너(62)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킴 카다시안(38) 등 카다시안 4남매와 재혼 후 낳은 켄들ㆍ카일리 제너 자매 등 대가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미국의 리얼리티 TV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가족들은 큰 인기를 끌게 됐다. 그러나 화려한 외모와 다양한 기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언니들에 비해 당시 10세 소녀였던 막내 제너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10대 대부분을 카메라 앞에서 보낸 제너는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얇은 입술에 대해 늘 콤플렉스를 가졌는데, 이 때문에 어릴 적부터 입술을 도톰하게 보일 수 있는 립 제품에 관심이 많았다.

이에 제너는 2014년 입술 필러 시술을 통해 도톰한 입술로 거듭났다. 귀여운 이미지에서 섹시하고 강한 이미지로 변신해 주목받기 시작한 때다. 이후 그는 직접 자신의 콤플렉스를 가릴 수 있는 립 제품을 만드는데 뛰어들었고, 사업가로의 변신에도 성공해 립 화장품계의 ‘여왕’으로 자리잡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10대들이 제너의 볼륨감 있는 입술을 따라 하려는 현상을 가리켜 ‘카일리 효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콤플렉스를 성공의 발판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미국의 리얼리티 TV프로그램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에 나온 카일리 제너의 어린시절 모습. 얇은 입술은 늘 제너의 콤플렉스였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도톰한 입술의 현재의 모습. 유튜브 캡처·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미국의 리얼리티 TV프로그램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에 나온 카일리 제너의 어린시절 모습. 얇은 입술은 늘 제너의 콤플렉스였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도톰한 입술의 현재의 모습. 유튜브 캡처·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1억 팔로어 거느린 소셜미디어의 여왕 

지난 2월 22일(현지시간) 제너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줄의 글을 남겼다. “사람들이 더 이상 스냅챗을 안 쓰는 건가? 아니면 나만 쓰는 건가... 윽, 이건 좀 슬픈데.”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소셜미디어 스냅챗을 운영하는 미국 정보기술(IT)기업 ‘스냅’의 주가는 장중한 때 10%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227억8,000만 달러에서 215억5,000만 달러로 내려앉았다. 그의 말 한 마디에 하루 사이 13억3,000만 달러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제너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트위터에서만 2,400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그의 말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스냅챗이 ‘한물간 유행’처럼 느껴지게 했다.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성공 역시 소셜미디어 활용 덕분이다. 온라인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상품을 홍보하는 이른바 ‘인플루언서(Influencer) 마케팅’의 일종인 셈이다. 그는 사진ㆍ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만 1억1,5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SNS 스타다. 팔로어는 하루에만 평균 1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제너가 새로 나온 제품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등에 올리면 해당 제품이 몇 분만에 매진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는 팔로어들과의 실시간 소통으로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제품 생산과 보완에 나서기도 한다. 제너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는 팬들과 고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정말 놀라운 플랫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분석 업체 디마리애널리틱스는 제너가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시물 한 개의 광고 효과가 100만 달러(11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인스타그램 관련 스타트업 호퍼HQ의 발표를 인용, 제너가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적인 스타를 제치고 ‘2018년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번 스타 1위’에 올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델이자 스타, 성공한 사업가인 카일리 제너의 모습. 10대들의 우상인 제너의 화장법과 패션은 늘 주목 받으며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다. 카다시안 따라잡기 공식 홈페이지
모델이자 스타, 성공한 사업가인 카일리 제너의 모습. 10대들의 우상인 제너의 화장법과 패션은 늘 주목 받으며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다. 카다시안 따라잡기 공식 홈페이지

 그의 성공은 자수성가? vs 가족의 명성? 

그러나 포브스의 설명처럼 제너의 성공을 ‘자수성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잖다. 비록 제너가 부모의 재정적 지원이 아닌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성공으로 자산가 반열에 올랐지만, 유명 배우 겸 방송인인 언니 킴 카다시안을 비롯해 현재 몸값이 가장 높은 패션모델인 언니 켄달 제너(23) 등 유명 방송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방송에 출연해 이름을 알려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금수저’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재정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어머니 크리스 제너의 엄청난 사업 수완도 그의 성공에 한몫했다. 크리스 제너는 킴 카다시안과 여러 브랜드를 출시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포브스 발표 후 미국의 변호사 겸 사회운동가인 애디티 주네자는 인터넷언론 복스(Vox) 기고를 통해 “제너 가족의 부와 명성을 감안할 때 그가 ‘자수성가’했다는 표현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더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해낸 노력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킴 카다시안은 이 같은 논란에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카일리는 모든 것을 스스로 이뤘고 부모에게 조언 외에 어떤 것도 의지한 게 없다”고 동생을 추켜세웠다. 제너 역시 과거 미국의 패션잡지 얼루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엄마에게 단 1달러도 받지 않았다”며 “돈을 벌기 시작한 이래 차 집 옷 등 모든걸 내 돈으로 샀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나 자신의 돈으로 (사업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심한 사실을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미국의 리얼리티 TV프로그램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에 출연하는 카일리 제너와 가족들의 모습. 맨 오른쪽이 카일리 제너. 카다시안 따라잡기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리얼리티 TV프로그램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에 출연하는 카일리 제너와 가족들의 모습. 맨 오른쪽이 카일리 제너. 카다시안 따라잡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카일리 제너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새로운 립 제품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카일리 제너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새로운 립 제품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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