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는 미국 중간선거의 역사적 패턴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거시적인 정치ㆍ경제 환경이 개별 지역구 의원의 당선에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11월 치러질 연방의회 선거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받아들여져, 소속 정당인 공화당 후보들이 매우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하지만, 연방의회 선거에서 중요한 요소가 두 가지 더 있다. 개별 선거구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가(선거구 획정)와 현역 의원이 출마하는지 여부(현직자 이점)이다. 이 두 가지를 더 고려한다면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꼭 불리하지만은 않은데, 이번 글에서는 먼저 선거구 획정을 중심으로 왜 그런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논란의 중심 선거구 획정
미국 연방헌법에서는 상원의원을 각 주당 2석씩 배정하고 하원의원을 인구에 비례해서 배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10년마다 인구조사(Census)를 한 후, 하원의 각 주당 의석수(apportionment)는 연방의회가 정하고 선거구 획정(redistricting)은 주 의회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건국 이후 1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는 주의 숫자와 인구가 늘어나면 의원 수도 같이 늘렸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1929년 하원 전체 의석수를 435명으로 고정시키면서, 10년마다 의석수 배정과 선거구 획정이 논란과 정쟁의 대상이 되어오고 있다.
의석수 배정의 경우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주가 문제이다. 의석수가 줄어들면서 현역의원 중 본의 아니게 은퇴하거나 다른 현역 의원에게 선거에서 패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1950년과 2010년을 비교해 보면, 뉴욕(43석→27석), 펜실베니아(30석→18석), 매사추세츠(14석→9석) 등 동부와 일리노이(25석→18석), 오하이오(23석→16석) 등의 중서부에서 하원의원 수가 줄어들었다. 반면 캘리포니아(30석→53석), 애리조나(2석→9석) 등의 서부와 텍사스(22석→36석), 플로리다(8석→27석), 조지아(10석→14석) 등의 남부에서는 의석수가 늘었다.
각 주의 의석수가 정해지고 나면 그에 따라 선거구를 나누어야 하는데, 1960년대까지도 주의회는 선거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제멋대로 만들었다. 1930년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는 9배의 차이가 있었고, 1960년에도 그 차이가 4.5배나 되었다. 연방 하원의원의 선거구 획정을 연방이 아니라 각 주의 의회에서 자유롭게 하도록 헌법에 정해 놓았고, 연방법원도 선거구 획정은 법의 해석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인 선택이라고 지속적으로 판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1964년 연방대법원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one person, one vote’의 원칙을 적용하며 대다수의 주에서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하도록 강제했다. 이때 대부분의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민주당이 꾀를 내어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을 시도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밀집해서 거주하는 지역을 최대한 넓게 묶어 선거구를 만들어서, 공화당 후보자에게 압도적인 표가 나오면서 그 지지자들의 표가 당선 가능 수준 이상으로 ‘낭비’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민주당 소속의 연방 하원의원 숫자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게리맨더링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행해졌는데,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는 선거구가 특히 화제가 되었다. 아래의 그림은 최근 몇몇 사례를 보여주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을 묶어서 만든 게리맨더링이다.
특정 인종에게 유리한 게리맨더링도 있다. 1986년 연방대법원은 흑인 유권자의 표가 사표가 많이 되도록 한 남부 몇몇 주의 선거구 획정이 인종차별이므로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흑인과 히스패닉 같은 소수인종이 과반수 이상 거주하고 있는 선거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소수인종 출신 연방 하원의원이 더 많이 당선되도록 장려되었다. 1990년 인구조사 이후 이루어진 선거구 획정을 통해 흑인 의원은 25명에서 38명으로 늘었고 히스패닉 의원은 10명에서 17명으로 늘었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획정
현재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획정은 2010년 인구조사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티파티운동에 힘입어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공화당이 주의회에서도 다수당을 많이 점했는데, 많은 주에서 공화당에 상당히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 획정을 했다. 아래의 표는 각 선거구가 공화ㆍ민주 양당에게 얼마나 유리한지를 선거구 획정 직전인 2010년과 직후인 2012년을 비교한 것이다. ‘쿡(Cook) PVI’(Partisan Voting Index) 지수를 이용했는데, 이전 2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전국적으로 얻은 득표율보다 해당 선거구에서 훨씬 더 많이 득표했을 경우 그 정당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공화당은 총 18개 주에서 202석의 선거구 획정을 담당했다. 여기에서는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가 16개 늘어난 반면, 양당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은 중립적인 선거구가 11개 줄어들었다. 민주당은 총 6개 주에서 47석의 선거구 획정을 했고, 나머지 26개 주 186석의 선거구는 비당파적인 획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중립적인 선거구가 5개 늘어나고 공화당과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가 각각 5석과 4석 줄어들었다.
인구에 비례해서 의원 수를 정하는 하원과 달리 상원은 모든 주가 일률적으로 2석씩 가져간다. 명시적인 게리맨더링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정 이해관계나 정당에 중립적이지도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가 많건 적건 상관없이 상원의원 의석수가 동일하기 때문에 작은 주가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아래의 표에서 보듯, 인구가 가장 많은 9개 주에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지만, 고작 18%의 상원의원이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표하고 있다. 거꾸로 인구가 가장 적은 26개 주에는 18%의 인구만이 살고 있지만 52%의 상원의원이 있다. 대개 도시화가 많이 되어 있는 주일수록 인구가 많기 때문에, 농업이 주력 산업인 작은 주가 상원에서 과도하게 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인구가 많은 주의 유권자들이 대개 민주당을 지지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 제도적으로 더 많이 당선되는 환경인 셈이다.
그렇다면 선거구 획정의 관점에서 2018년 중간선거를 살펴보자. 하원의 경우, 선거구 자체가 이미 공화당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 위에서 살펴본 Cook PVI 지표를 기준으로 했을 때 공화당에 유리한 곳이 200석이며, 선거구별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공화당 후보가 안정적으로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202석 내외이다. 218석이 과반인 것을 감안해 보면, 아무리 전국적으로 공화당에게 불리한 여론이라고 해도 민주당의 과반수 획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원의 경우는 민주당에 더 불리하다. 재선 대상이 되는 35석 중에 공화당에 매우 유리한 주가 한둘이 아니다. 웨스트버지니아, 노스다코다, 인디애나, 미주리 등은 6년 전에 선출된 현역의원들이 민주당 출신이지만 해당 주의 구도는 공화당에 더 우호적이다. 공화당이 현역의원인 주 중에서 애리조나 한 곳 정도가 민주당에 유리한 듯 보인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박홍민ㆍ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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