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미국의 대북 협상 전략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핵심 수단으로 경제 제재 카드는 마지막까지 움켜 쥐되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및 신뢰 구축 조치에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관한 막후 협상에 따라 미국의 상응조치 수위도 달라져 북미간 막판 줄다리기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회담을 조만간 가질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그러나 협상 진행과 관계 없이 ‘확실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는 원칙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제재 해제는 협상 카드가 아니라고 대못을 박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며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도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여러 언론 인터뷰와 언론 브리핑에서 상응 조치에 대해 “근본적인 원칙은 똑같다”며 제재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는 제재 유지가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의 제 1원칙이라는 의미다. 경제 제재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만든 핵심 동력이며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 번번히 실패한 전임 정부와 가장 크게 차별화하는 요소라는 게 트럼프 정부의 판단이다.
반면, 한미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조기에 내준 데서 보듯 군사 분야 신뢰 구축 조치에선 전임 정부에 비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트럼프 정부의 특징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는 북미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논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26일 CBS방송 인터뷰 중 다음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확신할 수 없다. 예단하지 않겠다”면서도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미국 의회나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들의 반대론이 만만치 않아 종전선언 수용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는 상태다. 미국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추인했듯이 2차 정상회담에서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고 우리 정부가 평가한 남북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추인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전 선언 외에 미국의 상응 조치로 거론되는 것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과 여행 금지 해제,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을 비롯해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인도적 지원, 경제시찰단 교환 등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등 구 소련 지역의 핵무기 폐기 때 적용된 ‘넌ㆍ루가 프로그램’도 도입될 수 있다. 이는 핵 프로그램 해체 및 검증 과정에서 미국이 기술 및 자금을 대고 평화적 목적의 연구 센터를 만들어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까지 보장한 프로그램으로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미국이 내놓을 상응 조치의 수위는 결국 김 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외에 ‘플러스 알파’ 에 대한 논의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특정한 시설, 특정한 무기체계에 대해 대화해왔다”며 ‘플러스 알파’ 논의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막후에서 무엇이 진행되는지 알고 있다”며 북한과의 막후 협상이 진전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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