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온다는 데 어쩔 수 있나.”
혼자 사는 강명화(88) 할머니의 올 추석은 쓸쓸하고 힘들었다. 제대로 걷는 것조차 버거울 80대 후반의 고령. 말동무가 돼 주고 하다못해 화장실 갈 때 부축이라도 해주던 요양보호사는 이번 연휴에도 집을 찾아오지 않았다. 연휴 기간 쌓인 설거지더미를 바라보던 강 할머니는 “화장실 문턱이 20㎝ 정도인데, 걸려 넘어져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별거 아니라고 하겠지만 난 그게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추석 연휴가 유독 힘겨운 사람들이 있다. 찾아오는 이 하나 없어 외롭기만 한 독거노인과 보호청소년들이 그렇다. 일상생활을 홀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가사활동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명절만 되면 멈춰버린다. 보호청소년들의 공동체 공간인 그룹훔도 연휴에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회복지사들 공백이 두드러진다. 그룹홈에서 5년 정도 생활을 했다는 백은찬(21)씨는 “예전에는 명절만 되면 다 함께 여행을 가곤 했는데, 알고 보니 복지사들이 사비를 들였던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들도 할 말은 많다. 특히 요양보호사들은 평소 장기간 과잉노동에 시달리는 탓에 추석과 같은 명절을 손꼽아 기다린다. 박은경 사랑나눔케어노인복지센터 실장은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주부라 추석에는 근무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대리근무자를 구하려고 해도 연휴 때라 쉽지가 않다”고 했다.
그룹홈은 사회복지사 2명이 24시간 7명 이내의 보호청소년을 돌보는 식이라 명절에 한 명이라도 고향에 가게 되면 일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남들이 쉬는 명절에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회복지사 윤설희(64)씨는 “연휴에도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들을 누군가는 그룹홈에 남아 돌볼 수밖에 없어 추석 같은 명절은 포기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렇게 이들이 한 달 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170만원 정도다.
결국 독거노인과 보호청소년들뿐 아니라 평소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들조차 명절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선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장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력 문제는 계속해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보살핌 역시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