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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95만명에 역학조사관 1명뿐… 메르스 감염 확산 상상만 해도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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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95만명에 역학조사관 1명뿐… 메르스 감염 확산 상상만 해도 아찔”

입력
2018.09.27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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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던 지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연합뉴스
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던 지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환자가 1명만 나와도 일선 공무원들은 일손이 부족해 아노미(혼돈) 상태입니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전염 경로를 파악하고, 예방 및 추가 확산 방지 업무를 맡아야 하는 역학조사관이 인천은 현재 1명뿐이에요. 이 1명이 시민 295만명 안전을 살펴야 하는데, 만약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나왔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인천시 관계자)

3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지만 환자 이모(61)씨가 완치되고 추가 확진자도 없어 다행히 상황이 종료됐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은 여전히 감염병 대응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감염병 원인과 발생 경로를 추적하고 방역을 담당하는 역학조사관은 중앙에 30명, 각 시도에 2명 이상씩 배치돼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전문 인력의 중요성을 체감한 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최소 인원을 지정한 것으로, 의사나 간호인 등 의료인이나 전문 교육ㆍ훈련을 이수한 공무원 등이 맡는다. 이러한 역학조사관은 올해 8월말 기준 중앙 57명, 광역자치단체 53명이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역학조사관 숫자는 늘었지만 전문성이 확보된 인력을 모으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현재 질본 소속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역학조사관을 포함한 57명 중 의사 등 전문임기제는 27명이고, 일반직 공무원 30명은 교육중이다. 역학조사관 2명 중 1명은 ‘비전문인’이라는 얘기다.

[저작권 한국일보]중앙 및 광역자치단체 역학조사관=박구원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중앙 및 광역자치단체 역학조사관=박구원기자

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의료인들의 지원이 없어 대부분 임상 경험이 적은 공중보건의가 담당하고 일반 공무원들이 간단한 교육만 받은 후 투입되는 실정이다. 실제 강원도는 소속 역학조사관 3명 중 2명은 일반직 공무원, 1명은 공중보건의다. 경기도는 인구가 1,287만명에 이르는 만큼 법정 기준보다 3배 많은 6명 채용을 목표로 했지만, 최근 의사인 역학조사관 1명이 해외 연구소로 떠나 공중보건의 2명과 일반직 공무원 3명 등 5명만 근무한다. 경기도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수도권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인력들이 근무하기를 꺼려 의사 면허가 있는 역학조사관이 1명도 없는 곳들도 많다”고 말했다.

메르스 외에도 결핵, C형간염, 콜레라 등 관리해야 할 법정 감염병이 80종에 이르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선 의료기관의 감염관리는 구멍이 숭숭 뚫릴 수 밖에 없다. 현재 인천시는 지난 3일 남동구 A의원에서 수액주사를 맞은 6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의료관련 감염으로 파악돼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인천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평소 관리해야 할 의료기관만 3,000개가 넘는데 감염관리 사고가 터져도 감당해야 할 역학조사관은 1명 뿐”이라며 “역학조사시 임상 경험이 없는 일반 공무원들은 문헌을 공부하며 원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 전문 지식이 풍부한 의료인 출신이 충원되길 바라지만 인력을 찾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역학조사관도 우수 인력이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관은 의료인력, 특히 의사들이 기대하는 임금 수준보다 낮고 격무에 시달리니 우수 인력이 모일 수 없는 구조”라며 “2년짜리 전문임기제여서 질본 내에서 승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무늬만 정규직’인 현재의 고용형태를 개선해, 조직에 뿌리내릴 수 있는 역학조사관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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