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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테마영화제는 재미없다는 선입견 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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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테마영화제는 재미없다는 선입견 깰래요”

입력
2018.09.27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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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진 채식영화제 프로듀서 “관객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로 기획했다. 채식영화제를 통해 윤리적인 소비, 건강한 밥상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맹수진 채식영화제 프로듀서 “관객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로 기획했다. 채식영화제를 통해 윤리적인 소비, 건강한 밥상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페미니즘과 더불어 최근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사안이 채식이다. 국내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2%로 추산되는데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비건(완전한 채식) 음식과 동물·환경보호 물품을 판매하는 비건 페스티벌은 2016년 첫 회에 1,500명이 모인 것을 시작으로 올해 5월 1만 명이 참가했다. 채식 인구가 늘면서 채식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어떤 채식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세분화됐다. 예컨대 ‘유정란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하는 고민이 채식주의자에게 꽤 정치적인 이슈가 된다. 채식주의자도 채식을 하게 된 계기와 채식의 단계가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명이 귀하기 때문에 되도록 살생을 금하려는 채식주의자가 있는 가하면, 가축 대량 사육 시스템을 막기 위해 채식주의자 된 사람도 있다. 전자에게 건강하게 방목한 유정란이 ‘먹으면 안 되는 생명’이라면, 후자에게 이런 유정란은 먹어도 되는 예외 음식이다. 물론 락토오보(계란 우유를 먹는 채식주의자)나 페스코(해산물 먹는 채식주의자)에게 유정란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다.

국내 처음으로 채식을 주제로 한 영화제가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다. 환경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1회 채식영화제는 개막작인 ‘100억의 식탁’(발렌틴 투른 감독, 독일, 2015)을 시작으로 ‘해피 해피 브레드’(미시마 유키코 감독, 일본, 2011), ‘고기를 원한다면’(마리옌 프랭크 감독, 네덜란드, 2015), ‘나의 언덕이 푸르러질 때’(올리버 디킨슨 감독, 프랑스, 2015) 등 그간 스크린에서 보기 어려웠던 먹거리 관련 작품을 상영하고 관련 부대 행사도 연다. 21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만난 맹수진 채식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환경영화제를 비롯한 테마영화제는 ‘중요하지만 재미없고, 우울하고, 심각한 작품을 주로 상영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즐겁게 보고 먹으면서 환경과 몸을 생각하는 영화제를 기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DMZ 국제다큐영화제, EBS 국제다큐영화제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맹 씨는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전문가로 꼽힌다. 2016년부터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서울환경영화제의 상영작을 기획해왔다.

맹수진 채식영화제 프로그래머가 21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참석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맹수진 채식영화제 프로그래머가 21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참석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환경재단이 채식영화제를 만들게 된 계기는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를 거치면서다. 맹 프로듀서는 “올 봄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영화 속 음식을 먹으면서 스태프, 관객이 이야기 나누는 ‘맛있는 영화관’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다른 영화 티켓보다 비쌌는데도 표가 금방 매진되더라”면서 “음식이 관객에게 말하기 효과적이라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 아니면 참가 못한다고 선입견을 가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주변 반응이 정말 뜨거워요. 홍보 기간이 짧은데도 매진된 프로그램도, 문의도 많은 걸 보면서 분명 이런 욕구(음식을 매개로 논의하려는)가 있었구나 확인했어요. 앞으로 채식영화제를 더 확대해갈 생각입니다.”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채식’을 보여주는 영화를 선별했다. 개막작인 ‘100억의 식탁’은 다국적 종자, 농약 기업인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작물보다 저항력이 뛰어난 지역 품종을 저장하는 인도의 종자은행, 주민이 동물 사료로 수출할 콩을 재배하는 모잠비크 주민의 상황, 선진국의 도심 농장 프로젝트 등을 살펴보며 100억 인류의 미래 식량 대안을 모색한다. ‘고기를 원한다면’은 ‘고기 중독자’인 저널리스트가 신경학자, 배양육 개발자, 도축업자를 만나며 고기 없는 식단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준다. 도축 과정을 알기 위해 주인공이 가축을 직접 죽이는 장면이 “영화적 관점에서 선정적이지만, 채식 논의를 위해서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는 판단에 선택했다. 채식영화제를 통해 국내 처음 상영되는 ‘해피 해피 브레드’는 도시 생활을 접은 젊은 부부가 일본 홋카이도에 카페 ‘미니’를 개업하며 요리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는다. 맹 프로듀서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치킨이 등장해 잠시 고민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이) 채식영화제가 지향하려는 점과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인기를 모은 ‘맛있는 영화관’을 비롯해 채식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에코 마켓’, 채식과 환경에 관한 책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지구를 구하는 책장’ 등 부대 행사도 영화제 기간 열린다.

“세계 곡물 생산 98%는 사람이 아니라 가축이 먹을 사료로 쓰인대요. 공장 매연보다 가축 분뇨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더 많다고 하죠. 고기 먹는 게 결코 비난 받을 일은 아닙니다. (채식영화제는) 너무 과하게 먹지 말고 좀 줄이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찾는 과정에서 삶과 몸의 변화를 느껴보자는 취지에요. 고기 먹는 분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되길 바랍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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