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타사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이름과 상표 등의 결합체다. 소비자에겐 우수한 상품이란 이미지를 전달하고, 때때로 잘 키운 브랜드 한 개가 기업을 먹여 살리기도 한다.
가전 업계에서 브랜드 바람이 거세다. 고급 가전부터 로봇까지 최근 브랜드화(化)에 꽂힌 것은 LG전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인공지능(AI) 브랜드 ‘씽큐(ThinQ)’를 론칭한 이후 숨가쁘게 신규 브랜드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는 로봇 제품을 총칭하는 브랜드 ‘LG 클로이(CLOi)’를 선보였다. 클로이는 똑똑하면서 친근한 인공지능 로봇’이란 의미다.
8월에는 게이밍 모니터 브랜드 ‘LG 울트라기어’를 론칭했다. ‘승리를 안겨주는 최강의 무기’란 뜻의 울트라기어 9개 모델은 다음달부터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비슷한 시기 해외에서 고출력 오디오에 적용하던 ‘엑스붐(XBOOM)’을 무선스피커와 AI스피커 등으로 확대한 오디오 브랜드 엑스붐도 내놓았다. 최근 1년 사이에 가전제품 서브 브랜드로는 프리미엄 김치냉장고 ‘김치플러스’ 정도를 선보인 삼성전자와 대조적이다.
LG전자가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브랜드의 외피를 입었다. 세탁기와 건조기 등 의류 관련 가전을 아우르는 ‘트롬’, 에어컨은 ‘휘센’, 무선청소기는 ‘코드제로’, 공기청정기는 ‘퓨리케어’로 구분된다. ‘LG 시네빔’이란 빔 프로젝터 브랜드도 있다.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가 붙은 TV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도 있다. 최근에는 와인셀러와 건조기도 시그니처 제품이 나왔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브랜드는 외부적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끌면서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며 “LG전자의 잇단 브랜드 론칭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G전자 브랜드들은 결합을 통해 개수를 더 늘리고 있다. 가령 로봇청소기 코드제로 R9에 씽큐가 붙어 ‘LG 코드제로 R9 씽큐’가 되는 식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브랜드가 늘어나다 보니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초프리미엄 시그니처와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가 또 나눠지고, 핵심 부품을 20년 보증하는 ‘센텀시스템’ 가전까지 브랜드 체계도 복잡해졌다.
성능이 향상된 일반 가전제품과 시그니처 간 간섭효과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시그니처 냉장고를 통해 처음 선보인 ‘노크 온 매직스페이스’ 기능은 이제 일반 냉장고에도 적용 중이다. 두께가 4㎜에 불과한 시그니처 올레드 TV의 월페이퍼 디자인 역시 일반 올레드 TV가 거의 따라갔다. 동일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하는 올레드 TV인데, 시그니처의 디자인과 기능이 조금 낫다고 더 높은 값을 치를 소비자는 많지 않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이 시그니처이고, 시간이 흐르면 시그니처의 기술이 아래 단계 제품으로 내려가는 것”이라며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입지를 굳히지 못한 회사들은 브랜드 차별화 전략 자체를 구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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