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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탐정이 수사기관 빈틈 메워” vs “사생활 침해 정당화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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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탐정이 수사기관 빈틈 메워” vs “사생활 침해 정당화하는 길”

입력
2018.09.29 09: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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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개인정보 수집 등 위법 소지 있지만 법률로 규제하면 돼” 

 이 “검ㆍ경 출신 많아지면 친정 인맥 통한 정보유출 뻔해” 

공인탐정제 도입 관련 법안들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국회에 발의됐지만 번번이 찬반논란만 일으킨 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도 공인탐정 도입 관련 법안이 두 건 발의됐고, 여전히 찬반 공방이 격렬하다. 찬성하는 측은 수사기관의 한계를 극복해 국민의 편익을 증대하기 위해 공인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대하는 측은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각의 이슈에 대해 찬성 측 김상균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반대 측 이율 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를 만나 견해를 들었다.

[저작권 한국일보]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탐정제도 도입이 산업스파이 조사와 보험범죄 추적 등 수사기관의 한계를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탐정제도 도입이 산업스파이 조사와 보험범죄 추적 등 수사기관의 한계를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한국형 탐정’은 민간조사원들의 업무에 뿌리를 둘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민간조사원들의 업무 중 법리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없는지.

이율=개인정보수집, 개인 소재지파악 등 대부분 업무가 신용정보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위반된다. 돈을 받고 사건을 의뢰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다. 심지어 단순 미행도 경범죄처벌법상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민간조사업의 생태 자체가 현행법과 충돌한다.

김상균=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래서 입법 과정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최대한 관련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탐정법을 제정하고, 필요에 따라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 현행법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

-20년간 이어진 찬반논쟁의 핵심은 결국 사생활침해 논란이다. 어떤 점이 우려되고, 대안이 있는지.

이율=사생활 침해에 대한 예시는 많다. 미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돼 두려움에 떠는 사람을 수도 없이 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소지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탐정제도 도입은 결국 이같은 행위를 양성화해주자는 건데, 부작용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이를 합법화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심지어 정치사찰로 악용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사생활침해는 그 자체로 위헌이다. 헌법 제17조는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상균=그런 논리라면 현재 변호사법도 위헌 소지가 있다. 변호사법은 사생활침해를 제한하기 위해 법률 내에서 여러 가지 금지사항을 넣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이를 어겼을 시 처벌조항도 명시해뒀다. 탐정제도 역시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사생활침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율=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엄하게 처벌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애초에 처벌할 행위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상균=어느 법률이나 금지ㆍ처벌조항은 다 포함하고 있다. 사회에 이득이 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법률을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불법이 행해지면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본말이 전도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

[저작권 한국일보]19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동서남북 사무실에서 만난 이율 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탐정제도 도입이 사생활 침해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9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동서남북 사무실에서 만난 이율 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탐정제도 도입이 사생활 침해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미 흥신소ㆍ민간조사기업 등이 국민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탐정제도 도입은 현실을 반영한 입법절차 아닌지.

이율=민간조사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박하고 가슴 아픈 사연이 많다. 국가의 존립이유는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신장하고 보호해야 하는데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아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법률과 제도로서 커버할 수 없는 분야는 예나 지금이나 다 있었다. 국가의 법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한정된 인원과 재화로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제도를 누군가 제안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김상균=여러 나라도 국가 제도만으로는 국민의 권익을 충분히 지켜줄 수 없다는 고민을 안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탐정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국가 제도만으로 국민 권익을 지켜주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민간조사원들의 업무는 불륜조사, 채권조사 등에 국한되지 않고 보험범죄조사, 산업스파이 추적, 해외밀반출품 조사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결국 공적 수사기관의 한계는 양측이 다 인정한다. 탐정이 보완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율=수사기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탐정제도를 도입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경찰ㆍ검찰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탐정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이는 결국 전관이 될 것이다. 통상적인 조사 업무를 진행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 무슨 일을 할지 뻔하다. 전 직장의 지인을 통해 정보를 빼낼 공산이 크다. 심지어 현재 추진 중인 법률안대로라면 경찰청장이 탐정들을 지휘ㆍ감독할 가능성이 크다. 제 식구 감싸기가 될 것이다.

김상균=수사업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민간조사원업에 종사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다. 상식적으로 수사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민간조사업무를 하는 것은 전문성 부족을 불러오고,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 외국도 수사업무 유경험자가 탐정이나 민간조사원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 민간조사원 중 전직 경찰은 43%에 달한다. 경찰을 제외한 유사 조사원 중 민간조사원이 된 경우는 13%다. 60% 가까운 조사원들이 수사 관련 경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전관 우려는 관리ㆍ감독을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거나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면 해결될 문제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민간조사 업태 분류=그래픽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민간조사 업태 분류=그래픽 김경진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유독 한국만 탐정제도가 없다.

김상균=맞다. 탐정이라는 단어가 국민에 대한 뒷조사, 미행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고, 그런 것들에 대한 거부반응이 존재했으리라 본다. 그렇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때 국민의 반응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도 민간조사업 또는 탐정이 제도권 내로 들어올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율=현재 탐정제도가 시행 중인 미국, 일본에서도 사생활ㆍ인권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탐정이나 민간조사원들이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어 이 제도를 쉽게 없애지 못하고 있다. 탐정제도가 없는 한국은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다.

-막상 탐정제도가 도입되면 변호사와 탐정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율=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개업변호사가 2만5,000여명인데, 단언컨대 탐정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변호사는 1,000명도 안 될 것이다. 오히려 탐정들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의뢰로 받는 금액보다 채용인원 인건비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시스템이 변호사들에게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 부정행위 증거가 필요할 경우 의뢰인에게 직접 증거를 가져오라 하면 의뢰인이 잘 찾아온다. 굳이 파트너십이 필요가 없다.

김상균=의뢰인도 증거를 찾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할 텐데, 변호사가 민간조사원에게 증거수집을 의뢰하면 업무 자체가 더 쉬워진다. 경제적인 부분 역시 확실한 증거수집을 통해 승소 가능성이 더 커지면 승소에 따른 추가 수당도 더 받을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크게 비용이 드는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

-탐정제도 도입은 대통령 공약이고, 관련 법안은 야당 의원이 발의했다. 여야 모두 긍정적으로 보이는데 왜 진행이 더딜까.

김상균=아직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관리ㆍ감독을 어디에서 할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알력다툼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 퇴직자들이 탐정업으로 옮겨가면 현직 경찰 외 또 다른 유사 경찰권력이 생기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법무부에 관리권한을 주는 게 낫지 않냐고 하는데, 이건 또 경찰 쪽에서 반대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관리ㆍ감독 권한이 어디로 가는지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국무총리실 산하나 제3의 독립기관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율=입법 절차가 더딘 이유는 반대여론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야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과연 변호사 단체에서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그 뜻이 관철될지는 모르겠다. 그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탐정업 도입 법안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다. 공인탐정 법안은 사실 경찰과 그 가족 등 100만명의 표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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