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리는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25만 달러) 관중과 관계자들은 ‘엄마 선수’ 맨디 미넬라(33ㆍ132위ㆍ룩셈부르크)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그의 딸 엠마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게 즐겁다.
미넬라는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180㎝ 장신에서 뿜어 나오는 강력한 스트로크로 관중을 매료시키는 매서운 승부사의 모습이지만, 경기가 없을 땐 ‘아기띠’를 착용하고 딸과 경기장 밖을 거닐거나 경기장 내 몸 푸는 공간 일부를 조그마한 놀이터처럼 만들어 아이를 돌보는 ‘초보 엄마’다. 미넬라가 출산 후 육아를 겸하며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는 소식은 테니스 팬들에겐 어느 정도 알려진 얘기지만, 국내서 실제 목격되니 이색적인 모습이란 게 대회 관계자들 얘기다.
4년 전 자신의 코치이자 남자친구던 팀 솜머와 결혼한 미넬라는 임신과 육아가 선수생활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증명하고 있는 선수다. 지난해 7월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1회전에 ‘임부복’처럼 보이는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출전해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에 패한 뒤 “사실 임신 4개월 2주차였다”고 알려 테니스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출산 99일 만에 다시 프로 무대에 복귀하며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보인 그는 ‘출산 선수에 대한 특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냈다. 지난 3월 마이애미오픈 조직위원장 제임스 블레이크가 서리나 윌리엄스(37ㆍ미국)에게 시드 배정이 이뤄지지 않은 걸 놓고 “단지 아이를 낳고 돌아왔을 뿐인데 시드를 받지 못해 1회전부터 강자와 맞붙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자, 미넬라는 “임신 때문에 경기를 나가지 못 한 선수는 서리나 말고도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서리나에 시드를 배정하는 건)시드를 얻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선수들에게 역차별”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미넬라는 경기가 없을 때 연습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다른 선수보다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됐지만, 지난 7월 WTA투어 게슈타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결승에 오르는 등 출산 후 더 나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일 열린 이번 대회 단식 2회전서 13살이나 어린 프리실라 혼(173위ㆍ호주)을 2-0(6-4 6-3)으로 꺾고 8강에 오른 뒤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투어에 워킹맘들이 많이 있기에 나라고 더 문제 될 것은 없다”라면서 “출산 후 복귀하기 전에는 내 몸 상태가 어떨지 의문이 많았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21일 알리야 톰야노비치(53위ㆍ호주)와 8강전에서 3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2-6 6-4 5-7)로 패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란 듯 환히 웃으며 코트를 떠났다.
한편 이날 열린 복식에선 한나래(26ㆍ인천광역시청)-최지희(23ㆍNH농협은행)조는 달리야 야쿠포비치(슬로베니아)-다리야 주라크(크로아티아) 조를 2-1(7-5 4-6 10-5)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 복식 4강에 오른 건 1회 대회인 2004년 조윤정-전미라 조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로 2연패 도전에 나섰던 옐레나 오스타펜코(10위ㆍ라트비아)는 2회전에서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24ㆍ122위)에게 0-2(3-6 2-6)로 져 탈락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