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김모(34)씨는 은행권이 ‘공인인증서 대체’를 표방하며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 인증서비스 ‘뱅크사인(BankSign)’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공인인증서가 불편하지 않아서다. 그는 “익숙해진 공인인증서가 편해 뱅크사인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공인인증서 1년 기한이 만료되는 내년 1월쯤에는 뱅크사인을 써 볼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선보인 블록체인 기반 은행권 공동 인증서비스 ‘뱅크사인(BankSign)’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이 이용 중인 공인인증서나 생체인증 등에 비해 체감할 만큼 편의성이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뱅크사인은 27일로 출시 한 달을 맞지만, 이용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안드로이드계열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내려 받는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뱅크사인을 내려 받은 횟수가 1만여회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내려 받아 사용하는 고객은 이 보다 더 적다. 모바일뱅킹 이용 고객이 1,000만여명인 A은행에서 뱅크사인을 등록해 사용하는 고객은 2,000여명(19일 기준)이었고, 역시 모바일뱅킹 이용고객이 1,400만명인 B은행에서 뱅크사인을 내려받은 고객도 3,700여명(15일 기준)이었다. 1,000만명 이상의 모바일 뱅킹 사용자를 보유한 C은행의 뱅크사인 등록자도 4,200여명(21일 기준)이었다.
이를 토대로 뱅크사인 이용자를 추산해 보면 전체 모바일뱅킹 이용자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뱅크사인 출범을 주도한 은행연합회는 뱅크사인 이용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뱅크사인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공인인증서를 제쳐놓고 이용할 만큼 편의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뱅크사인이 블록체인 기반이라 인증서의 위변조나 탈취, 무단복제가 불가능해 보안성을 높였다고 하지만, 다른 장점으로 내세운 비밀번호나 패턴, 지문ㆍ홍채 등 다양한 인증수단은 공인인증서에서도 가능하다”며 “타행 이용을 위해 추가 등록하는 절차나 공인인증서(1년) 보다 긴 인증서 유효기간(3년)도 공인인증서를 버리고 사용할만큼의 유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막 도입된 뱅크사인이 신뢰할 만큼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기 어려운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랜 기간 검증되고 데이터가 쌓인 공인인증서도 간혹 오류가 생겨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한다”며 “뱅크사인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은행은 신뢰성에 타격 입을 수 밖에 없어 테스트 기간을 거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뱅크사인이 홍보가 덜 돼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다음 달 PC버전도 출시돼 편의성이 개선되면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